속죄일은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신과 사람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날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 ‘용서의 본질’이 뜨거운 주제가 됐다. 얼마 전 보수 정치 운동가인 찰리 커크가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의 아내 에리카는 추모 행사에서 남편을 죽인 살해범을 공개적으로 용서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람을 용서하는 건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고 찰리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찰리는 자신의 반대자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그들이 잘되기를 바랐죠. 그 점에서 저는 찰리와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제 적을 미워합니다. 그들이 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용서를 거부하는 트럼프
두 사람은 용서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태도를 보였다. 에리카의 태도는 전통적인 기독교적 가치관이다. 잘못한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정신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용서를 거부하고 오히려 보복과 응징에 기반한 것이다. 유대교의 관점은 두 입장의 중간에 있다. 유대교에서 용서란 기본적으로 신의 속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무조건 용서를 받을 순 없다. 용서를 얻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속죄일에 유대인은 하나님께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쳐 용서를 구한다. 유대교는 인간이 용서를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우선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지며, 진정한 후회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피해를 복구하거나 보상하기 위해 행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같은 잘못을 절대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친 뒤에야 피해자는 그 사람을 용서할 의무가 생긴다. 반대로 피해자가 진정한 사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용서를 거부한다면 그때부터는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생긴다.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
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사례가 있었다. 50여 년 전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였던 조지 월리스는 당시 인종차별주의자로 악명이 높았다. 1972년 월리스는 총격을 받아 하반신 마비가 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가 병원에 있을 때 뜻밖의 방문자가 찾아왔다. 미국 최초로 의회에 입성한 흑인 여성 정치인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셜리 치점이었다. 치점은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인종차별 정치인을 찾아 위로하고 함께 기도했다. 월리스는 자신과 반대편에 있던 그의 진심 어린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월리스는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실제 행동을 통해 사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흑인을 차별한 과거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흑인을 정부 요직에 임명하며 적극적으로 흑인 인권 지도자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이 일은 기독교 교회와 기독교인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유대교가 강조하는 용서의 정신, ‘진정한 회개와 사과를 통해 용서를 얻는 과정’과 매우 닮았다. 미국은 갈등과 분열이 심화해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서로를 비난하며 끝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든 당사자가 각자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제 ‘Three Ideas About Forg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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