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대신 내 집에서…삶의 '마지막 장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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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체계를 기존 병원·시설에서 살던 집으로 전환하는 ‘통합돌봄’ 신청자가 이달 들어 2만 명을 넘어섰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합돌봄 신청자는 지난 8일 기준 누적 2만904명을 기록했다. 국민 4분의 3이 병원에서 생애 말을 맞던 우리 사회 임종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인력 교육·자격 시장도 급팽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min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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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패러다임 변화…관련 인력 시장도 성장
요양 노인 67% '가정 임종' 희망…전문 인력이 방문진료·간호 제공

말기 암 투병 중인 70대 홍모씨는 인천 부평구에서 홀로 지냈다. 식사조차 버거워 영양실조가 심각했고 잦은 혈변으로 매일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야 했다. 자칫 고독사로 이어질 우려도 있던 그를 발견한 사람은 2년 전 ‘통합돌봄 시범사업’ 일환으로 방문한 간호직 공무원이었다. 홍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고비를 넘겼고 이후 집으로 돌아와 의사의 정기 왕진과 통증 관리, 영양 식단 지원을 받았다. 그 덕분에 최근 임종하기 전까지 낯선 요양병원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 병원에서 집으로 ‘임종의 대이동’

지난 3월 시행한 통합돌봄법 신청자가 한 달여 만에 2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의 생애 말 풍경과 관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통합돌봄은 노쇠, 질병,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노인과 중증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폭넓은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제도다. 통합돌봄법(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군·구 예산을 지원받은 인력이 방문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동, 목욕, 식사, 가사, 이동 등을 돕는다.

통합돌봄 제도의 핵심 취지는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치는 ‘다잉 인 플레이스’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수급 노인 조사에서 응답자 67.5%가 ‘가정 임종’을 희망했지만, 자택 사망률은 14.7%에 그쳤다. 의학적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탓이다.

제도 취지에 맞춰 본인부담금은 최소화했다. 가령 장기요양 재가급여 서비스인 방문요양을 3시간 이용하면 급여비용 5만7020원 중 15%인 8553원만 본인이 부담한다. 방문간호는 30~60분 이용 시 총급여비용 5만3770원 중 8066원, 차량을 이용한 방문 목욕은 방식에 따라 약 1만2000~1만3000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병원 밖 돌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돌봄이 제대로 정착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줄고, 돌봐줄 가족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 약 116조원 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52조원으로 45%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8.9%인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절반 정도를 쓰는 셈이다

이재우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정책 이사는 “상급종합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환자 한 명이 머물면 건강보험에서 한 달에 약 1280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집에서 지내면 의사가 한 달에 두 번, 간호사가 1주일에 세 번 방문하는 기준으로 건강보험 부담은 35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민간 돌봄산업도 성장 본격화

노인 돌봄 체계가 집과 지역사회로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인력의 교육·자격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노인의 병원 방문과 수납을 돕는 ‘병원동행매니저(지도사)’ 자격증 발급 기관은 이날 기준 누적 314곳으로 2023년 말 17곳에서 2년여 만에 18배로 늘어났다. 한국직업능력평생교육원, 월하복지재단 등 올해 들어서만 47곳이 관련 사업에 새로 뛰어들었다. 독거노인의 안부를 살피고 일상을 돕는 ‘생활지원사’ 민간자격 등록 기관도 같은 기간 56곳에서 301곳으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민간 자격증 교육·운영 기관의 증가는 관련 서비스 수요 확대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복합 지원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을 약 242만 명으로 추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인당 서비스 수요자는 2023년 1.9명에서 2030년 2.4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회장은 “돌봄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병원과 시설에서 임종을 맞던 생애 말 풍경이 본격적인 변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케어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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