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김영기 화학공학과 교수·박사과정 김혜인 씨 연구팀이 다르멘드라 프라탑싱 프랑스 리토랄 오팔 코스트대 교수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고 간편한 비소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비소(As)는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농약이나 방부제, 반도체 제조 등 여러 산업 활동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다. 그중 3가 비소(As3+)는 독성이 강하고 물에 잘 녹아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장기간 노출 시 암 등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기존 비소 검출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해 실제 오염지역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비소 검출 센서는 액정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액정은 일상에서 TV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서 사용되는 물질로 주변의 미세한 변화에도 분자 배열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이 센서의 핵심은 물과 액정이 만나는 경계면에 비소와 선택적으로 잘 결합하는 L-시스테인(L-cysteine)이 코팅된 탄소점(Carbon dot)을 배치한 것이다. 그 결과, 물속에 비소가 있으면 이 물질이 L-시스테인과 결합하고, 액정 분자의 배열 구조가 변화하면서 뚜렷한 색상 변화를 일으켜 비소 존재 여부와 농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이 센서는 1ppb(parts per billion)부터 4ppm(parts per million)까지 넓은 농도 범위의 비소를 수 초에서 최대 2분 이내에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WHO가 권장하는 기준보다 10배 이상 낮은 농도까지 감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번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성이다. 복잡한 시료 전처리 과정이나 고가의 분석 장비 없이도 비소 오염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장비와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기 교수는 “비소 오염 문제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가 간편하면서도 고감도의 비소 검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안전한 식수 확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와 삼성전자의 지원 받아 수행된 번 연구는 최근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