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물 위로 스쳐 오네.
한결같이 맑은 이 정취를,
아마 아는 이 적으리라.(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맑은 밤에 읊다(청야음·淸夜吟)’ 소옹(邵雍·1011∼1077)
현대인은 밤에도 좀체 쉬지 못한다. 몸은 멈춰도 마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래서 밤이 와도 밤다운 여유를 누리지 못한다. 소옹은 이런 분주함과는 다른 삶을 산 인물이었다. 그는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는 낙양에서 자기만의 은둔을 지켜냈다. 그에게 달과 바람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자연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늘에 달이 떠 있고, 물 위로 바람이 스쳐 가는 장면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맑음과 그에 응하는 마음의 고요를 함께 본다.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바람을 맞는 우리지만, 정작 그것을 느낄 틈은 많지 않다. 늘 서두르고, 무언가에 쫓기며, 다음 일을 미리 걱정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 속의 뜻까지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맑음과 고요는 바깥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삶의 풍요가 대단한 사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흔한 풍경과 잠깐의 고요 속에서 마음의 자리를 되찾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바쁜 하루 끝에 잠시라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그 밤은 그냥 지나가는 밤이 아니라 오래 남는 밤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밤이 아니라, 밤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읽어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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