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요즘 클래식 음악 연주들은 참 완벽하다. 음은 정확하고, 리듬은 흔들리지 않으며, 빠른 패시지(passage·중요 악상들 사이 교량 부분)도 놀라울 만큼 깨끗하다. 실수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주가 끝난 뒤 마음에 오래 남는 순간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분명 더없이 훌륭한 연주였는데도,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아쉽다. 오늘날의 연주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 속에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 콩쿠르 영상을 보고 배우고, 유튜브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음반 역시 수십 번의 편집을 거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완성된다. 청중의 귀도 자연스럽게 그 기준에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니 연주자는 점점 더 실수 없는 연주를 요구받게 된다. 음 하나만 흔들려도 바로 영상으로 남고, 비교되고, 평가된다. 특히 국제 콩쿠르의 영향은 크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심사위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위험한 선택보다는 안전한 방식이 더 유리해진다. 지나치게 느린 템포나 과감한 해석,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긴장감은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음악은 점점 더 정교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정확함과 높은 완성도는 오늘날 연주자들이 이룬 놀라운 성취다. 지금의 젊은 연주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완벽해진 연주 속에서 오히려 예상 밖의 순간이나 연주자만의 과감한 해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지금도 기억하는 거장들은 꼭 완벽한 연주자만은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는 종종 불안정했다. 음이 튀고, 예상치 못한 악센트가 등장했으며, 때로는 균형이 무너질 듯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위험 때문에 그의 연주는 살아 있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매 순간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사람처럼 들렸다. 완벽하게 통제된 연주라기보다, 순간의 감정과 긴장 속에서 탄생하는 음악이었다. 알프레드 코르토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그의 연주에는 틀린 음이 적지 않다. 실제로 코르토의 쇼팽 연주를 들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음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연주를 ‘시적인 연주’라고 ...
예상 밖 순간 줄어든 ‘너무 완벽한’ 음악의 시대[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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