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권기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7일, 21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글로벌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권기범 교수는 미국에서 15년간 살면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어떻게 인재를 경영하고 있는지를 가까이서 관찰한 경험을 살려 빅테크 기업들의 조직문화 구축에 관한 실제 사례를 이번 강연에서 풀어냈다. 권 교수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에서 인적 자원 개발과 조직문화를 가르치다가 올해 3월 모교인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권 교수는 또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고성장 기업, 위기를 딛고 재도약에 성공한 모토로라 솔루션, GE 버노바, 델 테크놀로지스 등의 사례를 통해 인재경영 전략이 어떻게 조직문화를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봤다. 특히 조직문화 구축과 인재 경영 실행 측면에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글로벌 혁신 기업의 성공을 왜 HR에게 묻는가? = 그동안 기업의 성공사례 분석은 주로 경영학과 교수들이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HR을 전공한 특히 교육학 분야의 교수들에게 그런 분석에 대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어떤 비즈니스의 밸류체인을 혁신한다든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없던 고객을 찾아내는 등의 접근이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어떻게 관리했느냐 또 그 사람을 관리하기 위한 툴로서 어떤 인적 자원 관리 시스템과 제도들을 도입했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성과가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혁신 리더들은 매우 독특한 성점을 가지고 있으며, 탑다운 관리로 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경영을 하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경영의 성과가 사람의 창의성에서 좌우되는데 실리콘밸리의 똑똑한 친구들은 폭압적인 매니지먼트 방식을 보이는 기업에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조금만 더 리더십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경영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슬라 CEO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마음에 안 들어 탑 엔지니어들이 테슬라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기존과는 다른 비전 리더들이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가 그들이다. 젠슨 황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며, 리사 수 박사는 MIT 반도체 박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아주 존경한다. 알렉스 카프는 철학 박사로 독특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이 비전 리더들은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엔지니어들은 미래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 앞에 나와 깃발을 들고 이끌어줄 리더를 찾고 있는데 이런 세 명의 리더는 ‘이그제큐티브 프레전스(Executive Presence)’ 즉 경영자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혼란한 엔지니어들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경영자들을 보면서 감화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저 길이구나라는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근에 실리콘밸리에서 지향하는 리더십의 형태이다.
◆초고지능형 성과자의 확보와 보유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 = 현재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의 비즈니스가 압도적인 자본과 시설들을 기반으로 한 물적 자본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적 자본의 시대다.
특히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특출한 소수의 개인을 초고지능형 성과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메타는 2025년에 엄청난 인재 약탈전을 벌였다. 1인당 연봉 3천억~5천억을 제시하며 오픈 AI, 구글, 애플 등에서 사람을 빼 왔는데 초고지능형 성과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초고지능형 성과자는 똑똑할 뿐만 아니라 GPU 등 AI 기반의 시스템을 잘 활용해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들을 우리 기업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가에 대해 심리학적인 개념을 소개해보겠다. 그 개념의 키워드는 ‘인게이지먼트’로, 한국말로 번역하면 직무 몰입 또는 직원 몰입이다. 결론적으로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이 좋아하는 조직문화의 핵심은 인게이지먼트다.
학술적인 얘기인데 아놀드 베이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의 조직 심리학과 교수는 직무 몰입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교수나 연구자들의 아카데믹 성과를 체크하는 지표로 ‘구글 스칼라 사이테이션’이 있다. 아놀드 베이커 교수의 논문 인용 건수는 38만 건이 넘는다. 보통 일생에 거쳐서 만 번 정도 인용이 돼도 많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이 21세기 사회화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인적 자본과 사람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직원 몰입이라는 개념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고 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학문 분야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인사 관리 키워드 역시 인게이지먼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지속 가능 리포트(Sustainability Report)를 발간하는데 사람 관리와 관련돼 있는 섹션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 혹은 임플로이 익스피리언스, 탤런트 매니지먼트 등의 용어가 있는데 직원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경영자들은 서로 만나면 당신 조직의 인게이지먼트는 어떤가, 우리 기업의 인게이지먼트는 이래서 고민이다라고 할 정도로 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는 경영자 사이에서 보통 명사화가 됐다.
◆인게이지먼트의 구성요소 ‘활력·동력·몰입력’ = 그렇다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는 무엇일까? 인게이지먼트의 구성요소는 활력, 동력, 몰입력 등 세가지다. 인게이지먼트는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일하고 특히 매우 성취 지향적인 일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일의 의미를 찾아내는 매우 주도적인 사람들의 특징이다. 즉 인게이지먼트는 활력, 동력, 몰입력으로 특징지어지는 긍정적이며 성취 지향적인 일과 관련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상태’이다. 상태라는 개념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심리적 상태이기 때문에 자주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나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의 변화하는 마음을 잘 컨트롤하고 매니지먼트해야 한다. 매우 적극적이고 실시간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인재나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인사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게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조직문화에 대해 조사한다. 일정 기간에 한번 직원들의 상태를 체크한 다음에 1년 동안 잊어버리는데 이래서는 안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1년에 최소한 4번 정도 임직원들의 심리적 상태를 체크하고, 그 결과들을 바탕으로 HR이 무언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재경영의 방식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인게이지먼트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활력, 동력, 몰입력이라고 했는데 각각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먼저 활력은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러 가고 싶다”이다. 동력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이다. 이 말은 내가 하는 일이 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을 직무 동일시라고 하는데 내가 개발한 상품, 내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등이 나처럼 느껴져서 심리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한 것을 의미한다. 몰입력은 “일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활성화됐을 때 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매일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하루에 몇 차례씩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재 경영의 교과서 ‘엔비디아’ = 인게이지먼트가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번 강연에서 소개할 기업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모토로라 솔루션, GE 버노바, 델 테크놀로지스 등 5개사다.
먼저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5월 6일 기준으로 주가는 200달러였는데 3년 동안 10배가 올랐다. 앞에서 인적 자본의 시대가 됐냐고 했는데 이젠 HR을 잘하고 인재경영을 잘하는 회사가 주가도 잘 올라간다.
엔비디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일하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올라있다. 2021년에 엔비디아의 주가는 10불~15불이었는데 이때부터 꾸준히 인재경영을 펼친 것이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엔비디아의 조직문화의 핵심에는 젠슨 황 CEO가 있다. 젠슨 황에 대한 지지율은 98%로 거의 100%에 가깝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58%다. 70%만 돼도 테슬라가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기업이 됐을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인재 쟁탈전에서도 이직률이 2.5%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임직원 규모는 4만여 명이다. 미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창사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퇴직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1인당 생산성은 최고 수준으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혁신,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그제큐티브 프레전스 즉 경영자의 존재감이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원하는 CEO상은 예를 들어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은둔형이 아니라 직접 전면에 나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이다. 젠슨 황은 가죽 자켓을 트레이드 마크로 일반 대중이나 내부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주로 조달한다. 그러다 보니 대중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젠슨 황의 앞에 나가 얘기하는 모습들은 내부 임직원들을 감화시키고 있다.
엔비디아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가 ‘지적 솔직함’이다. 이 지적 솔직함이라는 핵심 가치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실수하는 거를 감추지 말고 그리고 허세 부리지 말고 우리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오랫동안 지켜왔다.
엔비디아는 기본적인 비전이나 가치 체계가 매우 명확하게 존재하는 까닭에 매니지먼트 방식도 남다르다. 젠슨 황은 조직의 상층부를 수평적으로 만들기 위한 운영 방침으로 60명 정도로 알려진 임원들과 1대 1 미팅을 하지 않고,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직속 보고를 받는다. 회의는 맥락과 정보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오픈형으로 운영된다. 지적 솔직함이라는 핵심 가치 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 알려진 사실인데 약 50명 정도의 직속 c레벨의 성과급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부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또 흥미있는 사실은 말단 직원도 젠슨 황 CEO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업무 보고 없이 누구나 핵심 과제 5가지를 젠슨 황 CEO와 이메일로 공유한다는 것이다. 핵심 과제로 맛집 리스트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젠슨 황은 직원들이 보낸 이메일을 거의 다 보고 답변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는 또 하나의 매니지먼트 특이 사항으로 정형화된 연간 계획이나 5개년 계획이 없다.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맞춰 플랜을 짜고 바로바로 실행한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래픽 카드 잘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다 보니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 제도를 운영해야만 했다. 엔비디아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HR 제도는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 수준을 주기적으로 체크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테크니컬 래더 기반 멘토링 ▲학자금 지원 ▲가족친화경영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엔지니어들에 대한 보상 체계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이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내가 입사 계약을 하면, 주식을 100 준다고 했을 때 매년 25%씩 주는 것으로 4년 동안은 회사를 나가기가 어렵다. 엔비디아는 특히 당일가로 주는 게 아니고 2년 내에 최저가로 준다. 지금 200불이니까 2년 내 최저가는 120불이다. 이 RSU를 다 받으려면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미국은 지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캐시로 월급을 받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차라리 주식으로 받아서 나중에 올라갔을 때 실질적으로 소득이 높아진다고 믿고 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는 인재경영에 관한 한 21세기 경영학의 거의 교과서 같은 회사다. 하지만 사실 대단한 것은 없다. 검증된 이론과 연구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실리콘밸리 주류와 다른 길을 가는 ‘브로드컴’ = 그간 얘기했던 것을 자신의 회사에 적용하면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러기에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엔비디아와 반대되는 기업을 살펴볼까 한다. 그 기업은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와는 거의 반대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하나의 제품군이나 하나의 섹터에서 꾸준히 30~40년 동안 성장한 기업이라면 브로드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3천조 수준으로 2026년 4월 기준 전 세계 6위다. ASIC라는 맞춤형 반도체를 만드는 브로드컴은 2023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VM웨어를 인수했다. 실리콘밸리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특이하게도 하드웨어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한 사례였다.
VM웨어를 인수할 당시 브로드컴은 직원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2점으로 엔비디아의 4.6점에 비교해 매우 낮았다.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혹탄 브로드컴 CEO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수직적이고 엄격한 통제의 문화에다 성과주의 기반의 하향식 의사결정을 하는 아시아 기업 특유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VM웨어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다. 인수를 당했지만 직원 만족도가 4.4점이며 2024년 최고 직장 7위에 올랐다. 원격 근무에 친화적이고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문화에 강점이 있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그야말로 실리콘밸리다운 기업이었다.
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 후 1년 만에 운영비를 절반으로 절감하고 영업이익률 70%를 달성했다. 또 2024년 기준으로 이직률이 테크 업계 평균 이하인 2.9%였으며 임원의 68%는 피인수 기업의 임원들이었다.
브로드컴의 경영은 인적 자본 관점의 인재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비전 리더십이라든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브로드컴은 M&A를 통해 역량을 확보했다. 수직적이고 하향식의 의사결정으로 복잡하게 합의하는 것보다는 효율과 신속함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물적 자본처럼 생산성을 기준으로 구성원을 판단하며, 성과 중심의 HR은 객관적 지표 기반의 엄격한 평가 체계로 되어 있다.
혹탄 CEO의 스타일은 ‘철의 연금술사’로 단기 재무 성과와 M&A 시너지를 중시하며 인기없는 정책도 단호하게 추진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아직도 재택근무가 많이 남아 있지만 혹탄 CEO는 “재택근무란 없다, 빨리 돌아와라 안 그러면 나가라”고 할 정도이다. 또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종이나 성 구별 없이 기회를 동등하게 주는 등 DEI 관련 많은 활동을 하지만 혹탄 CEO는 그런 것 하지 말고 그냥 일하라는 식이다.
브로드컴이 이처럼 엔비디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했음에도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유의 인재경영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와 장기 혁신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나 내부 육성만으로는 AI 시대의 빠른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바이 전략을 구사하며,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성과 기반 HR 시스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게 그것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모토로라 솔루션·GE 버노바·델 테크놀로지스 = 지금까지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두 빅테크 기업의 인재경영을 비교해 살펴봤는데 이제는 ‘올드보이’를 얘기해 보겠다. 이 올드보이들은 과거에는 성공했던 기업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혁신을 잃고 경쟁에서 도태됐다가 최근에 다시 살아난 기업이다. 그 주인공은 모토로라 솔루션, GE 버노바, 델 테크놀로지스 등이다. 이 기업들을 얘기하는 이유는 인재경영이 빅테크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모든 기업들이 잘 나가다가 저성장기를 맞는다.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이 급락하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일 먼저 삭감된다. 그러면 우수 인재가 이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시장 경쟁력이 약화돼서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것이 HR에서 바라보는 위기의 악순환이다.
저성장기에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인재경영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서 답을 제시한 곳이 바로 이 세 기업이다. 절치부심 끝에 돌아온 이 올드보이 기업들은 경영 성과는 물론이고 ‘일하고 싶은 회사’로서 신뢰와 평판을 회복했다. 모토로라는 기존의 휴대폰 등 많은 비즈니스를 다 정리하고 보안 솔루션과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너질 줄 알았던 공룡 기업 GE는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GE 버노바를 비롯해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GE 헬스케어, 항공 사업 전문 GE 에어로스페이스 등 세 개 기업이 남으며 다시 올라서고 있다. 그리고 델 테크놀로지스는 PC 사업에서 나아가 서버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지금 AI 서버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 기업 모두 지금 너무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뒤에는 HR이 숨어 있다. 이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구글이나 엔비디아 등으로 흘러가며 사람 뽑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뽑아서 떠나지 않게 유지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모토롤라 솔루션은 최근에 가장 좋은 인재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직원 만족도가 4.3점이며 CEO에 대한 지지율은 93%이다. GE 버노바와 델 테크놀로지스도 직원 만족도가 4점에 근접한다. 직원 만족도가 4점 정도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내부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주요 장점으로 훌륭한 동료를 꼽았다는 점이다. 즉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바로 이것이 성공한 요인이었다.
◆세 기업의 공통 분모 ‘훌륭한 동료’와 ‘직무 배태성’ = 세 기업의 또다른 공통점은 직무 배태성(Job Embeddedness)이다. 직무 배태성은 조직 내에서 내가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심리학적 개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조직 내에 얼마나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그 핵심 구성요소는 ▲연결 ▲적합성 ▲희생 등 세가지다.
먼저 연결은 조직 내 인간관계의 밀도가 너무 강해서 “내가 이 사람들 때문에 우리 조직을 떠날 수 없어”라는 마음 상태이며, 적합성은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좀 덜 벌더라도 이 조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며, 희생은 퇴사 시에 감수해야 할 손실이 너무 커서 이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를테면 RSU와 비슷한 개념이다.
모토롤라 솔루션은 기업의 슬로건으로 ‘최종 목적지로서의 일터(Destination Workplace)’를 내걸고 있다. 미국인들은 생애에 걸쳐 평균적으로서 10회 이상 이직을 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모토로라 솔루션은 미국 기업답지 않게 이 직장이 당신의 마지막 목적지로서 프로페셔널로서의 경력이 여기서 끝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 기업의 특징은 과거에 잘 나갈 때 대규모 연수원에서 교육, 훈련을 했다는 점이다.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은 누구나 이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였으며, 모토롤라도 사내 교육기관으로 모토롤라 대학을 운영했으며,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사내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조직이었다. 지난 20~30년 동안 이런 대규모 연수원이 미국에서는 거의 다 사라졌다.
모토로라 솔루션은 대규모 연수원에서 집합 교육하는 전통적인 교육의 향수가 남아 대면 리더십 개발 교육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용적인 조직문화 활동, 유연 근무제와 가족 진화 복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
GE 버노바는 사업이 순항하면서 2024년 매각된 GE 크로톤빌 연수원의 향수를 되살려 GE 버노바 대학을 출범해 온보딩부터 학습, 경력 개발까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경험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GE 버노바의 직원 경험 전략은 입사에서부터 퇴직까지 모든 중요한 적정 포인트에서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GE 버노바는 특히 c 레벨과 HR 비즈니스 파트너(HRBP)가 밀착된 리더십 체계를 구축했다. HRBP는 인사 전반의 지식 뿐만 아니라 재무적인 감각을 갖고 있으며,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로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HRBP의 급여는 보통 인사팀 직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으며. 탑 매니지먼트와 밀착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스틴에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기반의 인재 경영에 힘쓰며 직원의 소수 인종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인력의 50%,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 혁신 위한 제언 = 세 기업의 공통 전략은 세 가지인데 ▲연결을 강화하는 활동 ▲적합성 재정렬 ▲희생 요인 축적이 그것이다.
미국에는 ERG(Employee Resource Group)라는 자발적 직원 모임이 있다. 사내 동호회 같은 개념인데 단순히 동호회가 아니라 인재 연결, 내부 연결, 사회 연결 등의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즉 비전통적인 인재 풀과의 접점을 형성하거나 멘토링과 유대감 형성의 장,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가교 역할 등을 하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13개 ERG를 두고 전세계에 걸쳐 469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세 기업은 적합성 재정렬의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적합성 재정렬의 주요 활동으로는 조직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전략 방향성을 공유하는 ‘개인-조직 적합성’, 스킬 교육이나 경력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개인-직무 적합성’ 등이 있다.
희생 요인 축적은 이직 시 감수해야할 유·무형 손실을 극대화해서 직원들이 “굳이 옮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무형의 손실로는 금전적으로 지역 기반 생활비 우위, 주식 기반 보상, 유연 근무제 및 재택 근무, 비금전적으로 ERG 기반 유대망, 포용적 조직문화, 워라밸과 가족 친화 경형 등을 들 수 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 혁신을 위한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한국 기업은 HR 제도의 경직성이 너무 심하다. 산업화 시대의 제조업 중심의 HR 시스템에 갇힌 조직 운영을 하고 있다. 경영 전략 파트너로서 HR이 야성을 상실해 수동적으로만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담대한 HR 제도의 혁신이 시급하다. 그것은 바로 RSU(양도제한 조건부주식)와 ESPP(종업원 주식 매입 제도) 등 주식 기반 보상 도입, 스킬 기반 HR로 엔지니어링 레벨제 구축, HRBP 도입 등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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