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의 퍼팅에서 젤 아쉬운 부분이 홀이 아닌 공을 보고 스트로크하신다는 점이었어요. 뇌와 근육의 감각을 믿고 홀을 보고 퍼팅하세요."
'골프 여제' 박인비가 쇼트게임을 위한 꿀팁을 풀어놨다. 더 시에나 그룹이 13일 경기 광주 더 시에나 서울CC에서 개최한 '더 시에나컵 자선 골프대회'에서다.
박인비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전설'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1승을 달성했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여기에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까지 더하며 골프계 최초로 '골든 그랜드 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까지 골프계에서 골든 그랜드슬래머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더 시에나컵 자선 골프대회는 더 시에나 그룹이 매해 그룹 VIP회원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회원들이 낸 참가비와 경기 중 모금된 후원금을 전세계 난민과 고아를 위해 기부한다. 3회를 맞은 올해는 옛 중부CC가 '더 시에나 서울CC'로 재단장한 뒤 처음으로 열린 공식행사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더 시에나 그룹이 VIP회원과 골프업계에 더 시에나 서울CC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던 셈이다.
박인비는 더 시에나 그룹의 명예회원으로서 이날 행사를 함께했다. 지난해 둘째 출산 이후 대외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 시작을 앞두고 박인비는 연습그린에 어프로치와 퍼터를 들고 '원포인트 레슨'에 나섰다.
박인비는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세계를 정복한 선수다. 우선 어프로치에 대해 박인비가 강조한 것은 두가지다. "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굴려라", 그리고 "어드레스만 잘 해도 절반은 성공한다". "오픈 스탠스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아마추어들이 많습니다. 보통은 정면을 보고 어드레스 한 뒤에 발만 열어주는 식이에요. 하지만 '오픈 스탠스'를 하라는 공을 띄워야 하는 플롭샷, 벙커샷에서 몸과 발을 모두 왼쪽으로 열여줘야 합니다. 처음 셋업부터 왼쪽으로 열어서 핀 방향으로 서주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이 뜨게 됩니다."
어프로치의 또다른 열쇠는 거리조절이다. 박인비는 "스윙 크기가 아닌 클럽 페이스 각도로 거리를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어프로치에서도 스윙 크기는 똑같이 풀스윙을 해줍니다. 다만 속도는 1.5~2배 느리게 해주세요. 그리고 10~15야드는 클럽페이스를 다 눕혀서, 여기서 페이스 각도를 조금씩 세우면서 거리를 늘리는 거죠. 연습으로 자신만의 각도와 거리감을 만들어주세요."
굴리는 어프로치에서는 샌드웨지 대신 로프트 각도가 작은 클럽을 잡으라고 조언했다. "샌드웨지는 플롭샷, 벙커샷 등 띄우는 샷을 위해 만들어진 클럽입니다. 저는 굴리는 어프로치때 52도, 48도 등을 잡아요. 로프트가 거의 없는 클럽으로 굴리시는걸 추천합니다."
LPGA투어 강자들을 떨게했던 퍼팅의 비결은 무엇일까. 박인비는 "어드레스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샷에서는 어드레스때 골반을 접는 느낌이지만 퍼팅 때는 다리를 좀더 꼿꼿하게 펴주고 등을 '고양이 자세'처럼 구부려준다"는 설명이다. 그립 세기에 대해서는 "종이를 말아서 쥐었을 때 구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자신만의 리듬감' 찾기다. "일정한 크기의 백스윙과 팔로스루로 스트로크했을 때 일정한 거리에서 멈추게 하는 연습을 해주세요. 그 리듬감을 기준으로 거리를 맞춰줘야 합니다. 또하나 거리감을 살리는 팁은 공이 아닌 홀을 보고 스트로크하는 겁니다. 공을 보고 스트로크하면 온몸의 근육이 경직됩니다. 홀을 보며 스트로크하면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보다 편안하게 칠 수 있어요. 우리의 뇌와 근육은 거리감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몸의 감각을 믿고, 자신있게 거리감을 연습해보세요."
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