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형(박정민 북한대학원대 교수)이 종합격투기 UFC 1회 대회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왔어요. 정말 짜릿했죠. 그땐 룰이 없이 싸웠거든요. 어떻게 원초적으로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충격적이었죠. 그러면서도 묘하게 빠져들었어요. 형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함께 기술 훈련을 하기도 했죠. 그때 권투를 시작했어요. 권투라도 해야 나중에 다른 격투기를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권투를 했더니 체력이 좋아졌다. 줄넘기와 섀도복싱만으로도 체력을 키울 수 있었다. 거의 매일 운동했고, 하루 최대 6시간 한 적도 있다. 그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시절 체력이 약한 편이었는데 권투로 다져져 현역 복무를 쉽게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군대에서도 시간이 날 땐 운동을 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던 2005년엔 다른 격투기를 만났다. 뉴저지에서 살았는데 브라질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주짓수와 레슬링을 배웠다. 박 부총장은 대신 권투를 알려줬다. 그는 “말은 잘 안 통했지만 땀 흘리면서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UFC 하부리그인 보독파이트 고위 인사와도 인연을 맺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격투기 얘기를 많이 했고, 그분이 티켓을 구해줘 경기도 많이 봤다”고 했다. 선수들과 훈련도 함께 했다.박 부총장은 UFC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고, 한국에 돌아온 뒤 ‘에이스’ 임현규(40)와 인연을 맺었다. 박 부총장은 임현규를 후원하기도 했다. 임현규는 지금은 경남 마산시 경남대 앞에서 ‘짐 에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박 부총장도 가끔 들러 임현규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한다.
30대 초반 연구에 집중하면서는 달리기를 병행하며 건강을 다졌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과를 내기엔 달리기가 최고”라고 했다. 요즘은 격투기보다 달리기에 더 빠져 있다. 그는 “격투기는 개인 훈련을 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가 있어야 더 재밌다. 그런데 지인들과 함께 운동하던 체육관들이 사라져 만날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지난해부터는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55)의 리어풋(뒤꿈치) 착지법에 매료돼 달리고 있다. 그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뒤꿈치부터 대고 천천히 바른 자세로 달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3km만 달려도 힘들었는데 리어풋으로 달리면서 9∼10km도 쉽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이젠 권투 같은 격투기를 할 때도 뒤꿈치를 대고 스텝을 밟는다. 힘이 덜 들면서도 펀치나 니킥(무릎차기)을 날릴 때 파워를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운동 유전자(DNA)를 타고났다. 외할아버지가 경희대 체육학장을 지낸 고 김명복 박사로 그의 이름을 딴 ‘김명복배 권투 대회’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체조 선수였다. 아버지 박재규 경남대 총장(81)도 검도와 유도를 즐겼다. 그의 형은 러시아에서 유학할 때 삼보 러시아 챔피언까지 했다. 러시아 출신 유명 격투기 선수였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9)와도 친분이 있다.박 부총장은 강의와 연구를 위해 서울과 마산을 오가면서도 운동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머리에 줄을 매고 공을 치는 펀치볼을 사무실에 비치하고 있다. 몸이 찌뿌드드할 땐 어김없이 펀치볼을 친다. 그는 “공은 작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짧은 시간에 상당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주 3일 이상 매일 2시간 넘게 운동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30분 스트레칭 체조에 이은 1시간 30분 달리기. 격투기는 틈틈이 기회 있을 때 한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정해 놓고 운동합니다. 어려서부터 힘들 때 몸을 쓰면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죠. 제 의지가 꺾일 것 같을 때도 격렬하게 운동합니다. 그럼 투지가 생겨요. 그리고 체력이 강할 때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죠. 몸이 건강하면 아파도 바로 낫죠. 저는 평생 이것을 체득하면서 살았어요. 운동은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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