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욕망[이은화의 미술시간]〈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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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여인의 얼굴에 새의 몸을 한 괴물들이 배를 사방에서 에워싸고 있다. 날개를 펼친 채 노래로 유혹하지만 선원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묵묵히 노를 젓는다. 오직 돛대에 온몸이 단단히 묶인 한 남자만이 고개를 들어 이 기괴한 존재들을 응시한다. 19세기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율리시스와 세이렌들’(1891년·사진)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한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율리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라틴어식 이름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 파멸로 이끄는 세이렌의 섬을 지나게 된다. 그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유혹을 차단했지만, 정작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고 그 치명적인 노래를 직접 듣고자 했다. 풀어 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응하지 말라는 엄명까지 내렸다. 그토록 위험한 노래를 그는 왜 굳이 들으려 했을까. 세이렌의 노래는 단순한 쾌락의 속삭임이 아니었다. 그들은 트로이를 비롯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안다며 지식을 미끼로 던졌다. 호기심 많은 오디세우스에게 이보다 강력한 유혹이 있었을까. 워터하우스는 고대 그리스 도자기 그림을 참고해 세이렌을 아름다운 얼굴과 새의 몸이 결합된 형상으로 그렸다.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치명적 위협을 긴장감 넘치게 구현한 것이다. 인간은 알고 싶어 하는 존재다. 그 욕망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지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호기심이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오디세우스는 알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거나 호기심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고, 그것을 통제할 장치를 미리 마련했을 뿐이다. 욕망 앞에서 스스로 멈춰야 할 순간을 아는 힘. 그것이 오디세우스가 보여준 진정한 지혜였는지도 모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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