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시아선수권서 2m29 넘고 개인 통산 3번째 우승
경기 지연에도 "늦게까지 관중석 지킨 팬들 보며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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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9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용인시청)이 2m33을 넘지 못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5.5.30 mtkht@yna.co.kr
(구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마일 점퍼' 우상혁(29·용인시청)은 폭우가 쏟아지고, 경기 시작이 지체되는 악재에도 웃으며 바를 넘었다.
2m15, 2m19, 2m23, 2m26, 2m29를 경쾌한 몸놀림으로 모두 1차 시기에 넘은 우상혁을 보며 관중들은 환호했다.
우상혁은 29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2023년 방콕 대회(2m28)에 이은 2연패를 달성했고, 2017년 인도 부바네스와르 대회(2m30)를 포함해 아시아선수권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애초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29일 오후 5시 4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육상연맹이 28일 일정이 끝난 뒤 경기 시작 시간을 29일 오후 8시 10분으로 늦췄다.
여기에 29일 오후에 폭우가 쏟아져 오후 9시 40분에야 경기가 시작됐다.
우상혁은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로 악재를 극복했다.
그는 "경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어떻게 몸 관리를 하나 걱정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관중석에서 나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모습을 봤다. 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몰입했다"며 "멀리서도 나를 보러 와주신 팬들이 있다. 한국에서 열린 경기니까, 더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발을 다쳐 '짝발'이 된 우상혁은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세계 최정상급 점퍼가 됐다.
이제는 많은 팬의 응원을 상승 동력으로 삼아, 높이 점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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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9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용인시청)이 2m23을 넘고 있다. 2025.5.29 mtkht@yna.co.kr
우상혁은 고교 재학 중이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한국에서 '국제 대회'를 치렀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상혁은 2m20으로 10위에 그쳤다.
11년 사이 우상혁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한 우상혁은 이후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과 세계실외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의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관중석 분위기도 바뀌었다.
우상혁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팬들이 환호했다.
우승 세리머니로 화답한 우상혁은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았다"며 "다시 한번 늦게까지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드린다. 김도균 감독님과 용인시청,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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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9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용인시청)이 2m33을 넘지 못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5.5.30 mtkht@yna.co.kr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7위(2m27)에 머물러 잠시 좌절했던 우상혁은 올해에는 난징 세계실내선수권(2m31)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주최한 초청 대회 왓그래비티챌린지(2m29), 구미 아시아선수권 등 출전한 5개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올 시즌 우상혁은 3월 난징 세계실내선수권,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 9월 도쿄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정했다.
이미 두 개의 목표를 달성한 우상혁은 이제 한국 육상 최초의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을 향해 뛴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의 아쉬운 결과가 다시 도약하는 힘이 된 것 같다. 올림픽 이후 쉼 없이 달렸다"며 "당장 (6월 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하고, 그 뒤에도 여러 경기를 치르겠지만,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도쿄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 불이 꺼진 뒤에도 여러 팬이 우상혁을 기다렸고, 사인을 받았다.
우상혁은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활짝 웃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30일 00시3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