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베이커 감독 연출…칸 황금종려상 이어 아카데미도 석권
성노동자 애환·계급 갈등 담은 소동극…"인간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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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2일(현지시간)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각본상·편집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아노라'는 미국 뉴욕 클럽에서 일하는 스트리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따라간다. 스트리퍼 아노라(마이키 매디슨 분)가 클럽에서 우연히 러시아 갑부의 아들 이반(마크 에이델슈테인)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류층인 여성이 상류층 남자와 만나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이 이반의 부모에게 알려지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동극이 영화의 큰 틀을 이룬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귀여운 여인'(1990)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 영화를 두고 '우리 시대의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는 계급적 의식뿐만 아니라 아노라 개인을 세심히 표현하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 덕에 영화가 도달하는 결말에 이르러 관객이 아노라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적 울림을 느끼게 된다.
'아노라'는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미국 영화로서는 13년 만의 수상이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그레타 거윅 감독은 '아노라'에 대해 "믿을 수 없이 인간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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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는 그러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아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노라에게 가혹한 현실이지만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소동은 영화를 풍자극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신데렐라 동화를 비틀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이를 강렬하게 소화한 마이키 매디슨의 연기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노라'에게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아노라'를 연출한 숀 베이커 감독은 소수자, 특히 성노동자를 조명하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탠저린', '레드 로켓' 등이 대표적이다. 소수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베이커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고 칸영화제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석권함으로써 그 고유성을 인정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성 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하고 싶다"며 "그들은 수년 동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해줬다.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03일 15시47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