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능에 관한 허위·과장 광고로 아이폰16 시리즈를 속아서 구매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날 갤럭시S25 시리즈 공시지원금이 일제히 인상됐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에 탑재될 AI 기능 출시를 뒤로 미룬 사이 삼성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가 '진정한 AI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뿐 아니라 갤럭시도 AI 기능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킬러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AI 출시 연기에 반발…갤S25 공시지원금↑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전날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와 아이폰16e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 AI 음성비서 시리(Siri)의 개인화 기능을 끌어올린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출시가 연기되자 반발한 것이다.
이 단체는 논평을 통해 "애플이 지난해 6월 WWDC(연례세계개발자회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애플 인텔리전스'로, 온디바이스 AI 시리 기능 등이었다"며 "애플은 이를 연기하면서도 해당 기능을 강조해 공식 유튜뷰 등의 광고로 아이폰16 시리즈와 아이폰16e를 판매해 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실상은 애플 인텔리전스 광고와 이를 통한 아이폰 판매는 허위·과장 광고로 이익을 편취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애플이) 해당 기능이 제때 출시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숨기고 아이폰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보상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조사를 요청하고 검찰 고발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놨다.
아이폰의 AI 기능에 관한 첫 보상 요구가 제기된 날, 갤럭시S25 시리즈의 가격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공시지원금을 이전보다 약 두 배인 최대 50만원 수준으로 인상한 것.
실제 9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50만원 수준의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에서 얹어주는 추가 지원금을 더할 경우 58만원 가까이 지원받을 수 있다. 115만원이 넘는 갤럭시S25 257GB 모델을 58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를 '진정한 AI폰'이라고 표현하면서 전작보다 한층 강화된 AI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출시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진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아이폰 AI만 불만?…"갤럭시 AI도 가치 못 느껴"
하지만 아이폰의 AI 기능만 도마에 오른 것은 아니다.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AI폰 사용자들은 막상 AI 기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에 따르면 중고 휴대폰 판매 플랫폼 '셀셀(SellCell)이 삼성전자·애플 모바일 기기 사용자 2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AI 기능이 "쓸모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갤럭시S22 시리즈 이상, 아이폰15 프로 이상 모델을 소유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이폰 사용자 중 73%, 갤럭시 사용자 중 87%는 AI 기능이 있어도 '상당한 추가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16.8%가 AI 기능을 위해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사용자 중에선 9.7%만 애플 생태계로 전환을 고려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사용자들은 여전히 AI 기능보다 휴대성이나 디자인, 카메라 등 다른 요인을 더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삼성스토어 관계자는 "아직 AI 기능을 그렇게 많이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모델과 유사한 익숙한 기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I 위해 돈 안 낸다"…전문가, 사용자 피드백 강조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AI 기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들을 활용하면서 체감한 성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훈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갤럭시와 아이폰에 들어간 AI 기능은 흥미 유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며 "챗GPT 프로를 한 달에 30만원 정도 투자해 사용하면 1인 3역을 할 수 있지만 AI폰으로 불리는 것들은 이보다 성능이 현저히 비교된다"고 말했다.
실제 셀셀 조사에서도 아이폰 사용자의 86.5%, 갤럭시 사용자의 94.5%가 AI 기능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AI폰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AI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을 탐구해서 그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소들을 빨리 포착해 이를 스마트폰에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