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고용업체인 아마존의 수장이 인공지능(AI)이 향후 몇 년 내 회사 인력 상당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도입은 기존의 업무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정확히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몇 년 안에 회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AI 사용으로 인해 전체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마존이 현재 10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출시하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요 기업 수장이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아마존이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의 파장은 클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시 CEO의 발표는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요 기업이 발표한 가장 강경한 발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미 2022년부터 2만7000명 이상의 직원 감원했다. 올해도 여러 차례 감원을 단행했다. 재시 CEO는 가까운 미래에는 이 같은 대규모의 감원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인력 감축은 주로 자연 감소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41%의 고용주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 기술 분야 채용 공고의 약 25%가 AI 기술 보유자에 한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e커머스 업체 쇼피파이 경영진은 최근 신규 채용 때 AI 활용 능력을 먼저 평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AI가 은행의 결제 처리 및 고객 재무 관리 방식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은행 산업은 인력을 줄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