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와 앤스로픽, 오픈AI 등 인공지능(AI) ‘빅3’의 연 이은 상장으로 실리콘밸리의 ‘엑싯(투자금 회수) 가뭄’을 끝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형 기업공개(IPO)로 벤처캐피털(VC)과 출자자(LP)에게 막대한 자금이 돌아가면 이 돈이 다시 차세대 스타트업으로 흘러드는 투자 선순환이 복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치북에 따르면 VC 투자를 받은 미국 기술기업의 IPO는 2021년 77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3건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저금리 기조가 바뀌어 자본 유입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VC의 수익성 지표도 악화했다. 납입자본 대비 분배금 비율(DPI)은 2021년 31.9%에서 지난해 11.2%로 하락했다. 2010~2019년 평균(17.1%)에도 못 미친다. 출자한 자금 대비 현금 회수가 그만큼 더뎌졌다는 의미다. 회수가 막히자 출자도 끊겼다. 지난해 미국 VC 펀드레이징 규모는 661억달러로 정점이던 2022년(2229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AI 빅3의 상장은 이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고 있다. 피치북은 “세 기업의 IPO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창출한다”며 “21세기 들어 VC 투자를 받은 모든 IPO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상장만으로 대형 벤처캐피털과 기관투자가는 막대한 회수 기회를 잡게 됐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세운 파운더스펀드는 20년간 6억달러를 투자해 스페이스X 지분 3%를 확보한다. 공모가(135달러) 기준 가치가 500억달러를 웃돈다. 세쿼이아캐피털이 스페이스X와 옛 트위터에 투자한 20억달러는 약 250억달러로 불어났다. 기금의 15%를 스페이스X 주식으로 보유한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운용 기금의 10%가 스페이스X에 연계된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대학 기금도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퀀텀프라임벤처스 대표는 “다음 스페이스X를 찾아내기 위해 자금을 투자하는 LP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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