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바둑의 神 AI에 두점으로 버틸 수 있음을 증명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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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의 대결은 인간 고유 영역 수성전의 최전선에 서는 것과 같다. 오는 17일부터 세 번의 대국으로 열리는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에서 바둑AI 카타고와 대결하는 신진서 9단에게 ‘인간 대표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3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는 담담하면서도 단호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인간의 바둑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대국을 치르겠다”고 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AI와 인간의 공개 대국을 앞두고 신진서는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인간의 집념이 어떤 가능성을 지니는지 증명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申의 한 수 보여주겠다” > 세계랭킹 1위의 바둑 기사 신진서 9단이 오는 17일부터 세 번에 걸쳐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와 승부를 펼친다. 신진서는 30일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수를 찾는 AI와 달리 치열한 상상력과 고민으로 만들어내는 ‘인간의 한 수’가 가진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문경덕 기자

< “申의 한 수 보여주겠다” > 세계랭킹 1위의 바둑 기사 신진서 9단이 오는 17일부터 세 번에 걸쳐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와 승부를 펼친다. 신진서는 30일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수를 찾는 AI와 달리 치열한 상상력과 고민으로 만들어내는 ‘인간의 한 수’가 가진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문경덕 기자

◇ 15년 만에 2점 접바둑 나서

신진서는 이 시대 가장 강한 바둑기사다.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세계랭킹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그는 지금까지 1158전에서 919승 236패를 기록했다. 승률(79.6%)로는 조훈현(69.8%), 이창호(70.7%), 이세돌(69.7%)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로 세로 각각 19칸으로 구성된 반상 위에서 AI에 대응해 인간 사고 영역을 지켜야 하는 대표선수로 신진서가 나선 이유다.

그런 신진서가 이번 대국에서는 2점을 먼저 두고 시작하는 접바둑을 벌인다. 그는 “제가 2점을 놓고 시작하는 바둑은 열두 살 이후 처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인류 최강의 기사에게 자존심 상하는 형식이 아니냐고 묻자 “처음 호선(맞바둑)을 제안받았는데 거절했다. 이미 AI가 인간을 넘어선 상태에서 맞바둑은 오토바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신진서 "바둑의 神 AI에 두점으로 버틸 수 있음을 증명하고파"

그 대신 그는 2점 접바둑을 제안했다. “중국의 바둑 AI 줴이(絶藝)와 대국하면 2점 치수에서 승률 30%를 기록했습니다. 3점은 너무 쉽게 이길 것 같았고 두 점이라면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신진서가 2점에서 무너진다면 인간의 마지노선은 4점, 5점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에게 AI를 상대로 2점까지는 인간이 여전히 버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던져진 셈이다. 그는 “제가 이긴다면 다음에는 AI의 사고 시간을 늘려주거나 반 집짜리 덤을 주는 방식으로 난도를 더 높이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이세돌 패배 전망한 신진서

10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앞두고 한 방송사는 프로기사들에게 승부 전망을 물었다. 응답자 대부분이 이세돌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유일하게 “AI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이가 바로 17세 프로기사 신진서였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바둑을 두며 과학기술을 받아들여왔기에 가능한 전망이었다. 그는 “1국 때는 확신이 없었지만 두 번째 판을 보고 AI가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돌아봤다.

AI는 ‘바둑에 절대적인 정수(正手)는 없다’는 정설을 무너뜨렸다. 그 후 10년, AI는 더 가파르게 발전하고 더 넓게 퍼졌다. 많은 사람이 생성형 AI를 개인비서처럼 활용하고 있다. 바둑에서는 인간이 넘보기조차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면서 사실상 현존하는 ‘바둑의 신’이 됐다. 신진서는 “호선으로는 초일류 기사도 AI를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의 바둑도 달라졌다. 인간은 AI를 넘어서길 포기하고 AI를 활용해 바둑의 지평을 넓히는 길을 택했다. 실착 같은 수를 두면서 종국에는 승리를 이끌어내는 AI 전술까지 학습했다. 신진서를 비롯해 딩하오 9단(중국), 왕싱하오 9단(중국) 등은 자신의 방식으로 바둑을 둬도 AI가 제시하는 정답과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신진서는 “바둑의 궁극적인 정답에 AI만큼이나 인간도 가까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국 중계화면에선 AI를 기반으로 승패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2000년생인 신진서는 누구보다 AI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바둑 공부에 활용하는 기사다. 그는 “엘프고와 카타고, 줴이와 카타고 간 대국을 세팅해 기보를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격 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하던 신진서가 이길 확률이 높은 안정적인 바둑을 위해 필요한 순간 전투 본능을 발휘하는 ‘신공지능’으로 진화하기까지 고수들과의 대국뿐 아니라 AI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수로 구성된 AI의 바둑이 주류가 되면서 바둑의 인간미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신진서는 “바둑이 달라진 것은 맞지만 기풍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AI가 제시하는 ‘블루스폿’(정수)을 학습한들 상대 역시 승리를 위한 수를 연구합니다. 20~30수가 넘어가면 무조건 개인의 개성과 전투 성향이 나오고 결국 ‘인간의 바둑’이 되죠.”

◇ “간절함과 집요함의 힘 보일 것”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최선의 수를 찾는 AI와 달리 인간은 치열한 상상력과 고민 끝에 한 수를 둔다. 신진서는 “정수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바둑의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인간 신진서에게는 중도 기권 없이 5시간이 주어진다. 신진서는 난전에 강한 AI에 2점 접바둑의 이점을 살려 승리하기 위해 경우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바둑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신진서는 전투형 기사여서 AI와의 대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제가 수비형 바둑에도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국에서 인간이 승리하는 기보, 패하더라도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기보를 남기겠다”며 ‘승부사 본능’을 드러냈다.

신진서가 ‘인간 대표선수’라는 무게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바둑 대중화의 불씨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밀리고, 스타 기사가 적어지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어요. 이번 대국은 바둑을 모르는 분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간절함과 집요함의 힘을 보여드릴게요.”

조수영 기자

신진서 9단은
△ 2000년 3월 17일생 △ 2012년 프로 입단 △ 2018년 9단 승단 △ 2019년 1월 이후 세계랭킹 1위 유지 △ 통산 전적 1158전 919승 236패, 승률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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