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AI 바둑의 약점은 완벽함”[횡설수설/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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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와 두 점 접바둑으로 3판을 둔다고 했을 때 바둑계는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신 9단이 토로했듯 그도 이 대결 준비 전까지 두 점으로 한 번도 카타고를 이긴 적이 없었다. 신 9단이 대국 시작 전 “2승을 넘어 3승도 노려 본다”고 했지만 결의를 다지기 위한 수사로 들렸다. 17일 1국에선 신 9단의 완패.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 2국에선 신승(4집 반), 21일 3국에서 완승(11집 반)을 거두며 인간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신 9단은 한 달 남짓 준비 기간 동안 바둑 국가대표팀의 도움을 받아 카타고를 이길 비책을 찾기 시작했다. 전략은 ‘마냥 최선의 수를 두지 않는다’였다. 이른바 인공지능이 ‘최선의 다음 수’라고 보는 ‘블루스폿’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2점 접바둑을 집으로 환산하면 18집이 유리하다. 이 이점을 활용해 블루스폿보다는 승률이 약간 떨어져도 변수를 줄이는 단단한 수를 둔다. 너무 물러서지도, 그렇다고 무리하지도 않는 선을 지킬 수만 있다면 집에서 조금씩 손해를 봐도 마지막까지 2, 3집을 남겨 이긴다는 계산이었다.

▷1국에선 준비한 전략을 쓰지 못할 정도로 초반부터 판을 그르쳤다. 하지만 2국에선 달랐다. 카타고의 무수한 공세에도 신 9단은 참고 또 참았다. 인간끼리의 바둑이었다면 ‘나약한 수’라고 비판받을 만한 수를 신 9단은 처절한 인내력을 발휘하며 두었다. 18집 유리함이 4, 5집까지 줄었지만 바둑판은 좁아졌고 경우의 수는 훨씬 줄었다. 카타고가 불리함을 뒤집기 위해 막판 공세에 나설 때 신 9단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격하며 유리함을 지켜냈고 승리했다.

▷신 9단은 3국에서 승률 99%를 끝까지 유지하며 완승한 뒤 “AI 바둑의 약점은 완벽함”이라고 했다. 사실 AI는 상대가 누군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계산한 승률 높은 수를 둘 뿐이다. 그러나 이 완벽함 때문에 신 9단 같은 경지에 오른 기사들은 AI 바둑의 패턴을 읽고 수법을 파악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예측하고 대응한다. 상대의 특성에 적응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인간만의 장점을 신 9단이 극대화한 것이다. 신 9단이 찾아낸 정답은 ‘완벽한 수’보다 ‘상황에 맞는 수’였다.

▷카타고의 실력은 이세돌 9단과 두었던 알파고 버전과 비교하면 두 점 이상 강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진화를 거듭하는 AI 바둑을 상대로 인간 바둑도 진화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AI 덕분에 인간 바둑의 진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신 9단의 승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류가 진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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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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