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장훈 ‘3085안타’에 새겨진 한일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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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안타를 친 선수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재일동포 2세 장훈(향년 86세·사진)입니다. 그는 23년간 선수로 뛰며 통산 3085안타, 타율 0.319, 504홈런, 1676타점을 기록했습니다. 타격왕에도 일곱 차례나 올랐습니다. 일본 야구의 전설로 불리던 장훈이 이달 9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장훈은 네 살 때 모닥불에 오른손을 심하게 데었습니다. 손가락 일부가 붙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자,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왼손으로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치는 법을 익혔습니다. 불의의 사고가 훗날 장훈을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왼손 타자로 이끈 셈입니다. 불행은 또 찾아왔습니다. 장훈이 다섯 살이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습니다. 폭심지에서 약 2.3km 떨어져 있던 그의 집에서 어머니는 어린 장훈을 온몸으로 감싸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근로 동원에 나갔던 큰누나는 피폭으로 숨졌습니다. 훗날 장훈은 이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전쟁과 핵무기의 참상을 알렸습니다. 야구 선수가 되는 데에도 벽이 있었습니다. 국적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는 구단별로 외국인 선수 수를 제한했습니다. 장훈을 영입하려던 도에이 플라이어스는 귀화를 권했지만, 그는 한국 국적을 지켰습니다. 결국 일본 야구계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외국 국적 선수를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장훈 한 사람 때문에 규정이 바뀐 것입니다. 1959년 프로에 데뷔한 장훈은 첫해 신인왕에 올랐습니다. 이후 20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가 됐습니다. 선수 시절 통산 3085안타에 504홈런, 319도루를 남겼고 타율 3할-500홈런-300도루를 달성한 일본 프로야구 유일의 선수로 기록됐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지만, 장훈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 보좌를 맡아 한국 야구 발전에 힘썼고,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습니다. 말년에는 일본 국적을 취득했지만 재일동포로서의 정체성은 끝까지 간직했습니다. 장훈은 오른손의 장애를 딛고 야구를 시작했고, 원폭에서 살아남았으며,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차별을 견뎠습니다. 3085개의 안타는 한 야구 선수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격동의 한일 현대사를 견뎌낸 삶의 흔적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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