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인간-자연 공존 꿈꾼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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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84·사진)는 누구나 아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군용기 부품을 생산하던 집안에서 전쟁을 미화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점차 군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됩니다. 이 경험은 훗날 ‘바람이 분다’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그는 자유로운 이야기를 펼치기 어려웠던 당시 제작 환경 속에서 만화 작업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입니다. 자연과의 조화, 문명의 오만함, 강인한 여성 주인공 등 그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주제가 이 초기작에 집약됐습니다. 이 작품이 크게 성공해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섭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 뒤에는 오염, 무분별한 개발,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여기지만, 그의 작품은 오히려 어른들을 향해 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잃어버린 감수성과 자연의 가치에 대한 성찰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서사로 이어집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질문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나 ‘붉은 돼지’ 속 상상의 비행체들은 ‘기계와 자연은 공존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아름다움과 파괴, 욕망과 이상이 교차하는 모순은 예술가로서 그가 평생 마주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 이를 지키려는 인간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공지능(AI)이 그린 ‘지브리 화풍’ 이미지가 퍼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모습만 베낀 것에 불과했습니다. 미야자키가 애니메이션에 담아낸 자연에 대한 경외와 그에 대한 인류의 책임, 상상력의 윤리는 담지 못했습니다.

최근 지브리 스튜디오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이 5월 말 개봉했습니다. 개봉 5일 만에 관객 1만 명이 관람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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