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실체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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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실체와 해법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가 초래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왔다. 결국 지난 2월 1일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즉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을 필두로, 모든 교역상대국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실행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대미 수출 비중이 총수출의 80%에 육박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거점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의 충격에 더해서 앞으로 진행될 보편관세 부과와 보복관세에 따른 무역전쟁의 심화가 초래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결책을 찾자면 이번 무역전쟁의 배경과 그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모든 정치인이 그렇듯이 전형적 포퓰리스트인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쉬운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무차별적 관세폭탄이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 것은 아무런 정책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정치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정치적 황금오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관세폭탄이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결국 금리 인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걱정도 개의치 않는다. 관세폭탄이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정책이라는 트럼프의 엉터리 선전이 유권자에게 더 잘 먹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보편관세를 포함해 각종 관세폭탄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과 실물경제 침체를 통해 중간선거 등에서 정치적 손실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트럼프가 ‘거저 먹는 장사’인 관세폭탄 정책을 멈출 이유가 없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좀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제품에 10%의 보편관세와 반도체, 철강, 석유 등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단기적으로 미국 내 경쟁 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영향은 미국의 모든 교역상대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최종적인 헌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결국 경쟁국과의 기술 경쟁력에 따라 결정된다.

즉 경쟁국에 비해 일정 수준의 기술적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은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가격 경쟁력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대미 수출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트럼프의 보조금 철회 정책이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을 기대하고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 초래할 피해도 우려된다. 보조금 철회에 따른 대미 투자기업의 피해 역시 경쟁국 기업과 동일한 조건으로 이뤄지고, 투자 유치는 트럼프의 최우선 정책인 만큼 기존 투자계획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명암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 기업의 기술적 시장 지배력이다.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협상력을 결정하는 것도 우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다. 따라서 전략산업에서의 기술적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한편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미국 이외의 모든 국가는 ‘다자 간 통상질서’를 부활시킬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우리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다자 간 무역질서 회복을 위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향후 대미 협상력 제고는 물론 한반도 이슈에서 패싱당하는 상황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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