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시행된 지 만 5년을 훌쩍 넘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법률의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피해를 감당해야 했던 근로자의 법률적 보호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다고 해서 인격권의 사용 종속성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하는 건수는 법 시행 첫해인 2019년 2130건을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해 지난해 1만2253건에 달했다. 첫해에 비해 6배가량 많아진 것이고, 하루 평균 50건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신고 건수가 의미하는 바를 긍정적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 있는지는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오남용을 규제해야 할 필요성 문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접수하면 사용자는 예외 없이 지체 없는 조사 의무, 신고인 내지 피해자 보호 의무, 행위자 징계 의무 등 여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즉 일단 신고가 있기만 하면 진위 여부가 어떠하든 일단 조사 및 신고인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만약 실제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발생했다고 악의적으로 허위 신고하는 경우라면 설령 조사 결과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자로 지목된 근로자는 조사로 인한 불이익과 심리적 부담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악의적 허위 신고일 때는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 징계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한편 단순한 사적 의견 충돌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임의적으로 판단하고 본인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신고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경우를 무조건 허위 신고로 보고 제재하는 것은 진짜 피해자의 신고를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
다만 지나친 남용은 적절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좀 더 명확화, 객관화해 사회적·문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갈등과 법적 구제가 필요한 직장 내 괴롭힘을 구분하고 근로자들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률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신고의 목적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 내지 피해 복구보다 금전적 보상이나 자신의 징계 처분 방어, 피신고자를 향한 사적 복수 등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이나 재계약 등 다른 이익을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허위 신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 또는 신고자로서 보호는 법에 따라 충실히 하되 다른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권을 남용하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자칫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비위 행위를 한 근로자의 방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근로자 간 사적 갈등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사용자에게 진정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근로자를 충실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속칭 ‘기분 상해죄’로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하고 진정으로 보호받아야 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구제 수단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선 직장 내 괴롭힘 ‘오남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명확한 판단 기준과 함께 누구나 수긍할 만한 기업 내 공정한 절차를 보완하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