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게 없는데 왜 비밀번호 안 알려줘?"...사랑일까, 스토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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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카카오톡을 함께 보는 것은 관심일까, 개인정보 침해일까.

보안 전문 기업인 카스퍼스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디지털 관계의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카스퍼스키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자신의 파트너가 디지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퍼스키는 “연인 관계에선 디지털 공간의 배려와 통제 사이의 경계가 미묘할 수 있다”며 “메시지 모니터링, 위치 추적, 계정 접근과 같은 디지털 행동이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갈등은 비밀번호 공유다. 스트리밍 서비스 공동 이용, 일정 공유, 비상 연락처 확보 등 실용적인 이유로 많은 연인이 각종 계정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응답자 51%는 연인에게 휴대폰의 접근 권한을 주고 있지만 18%는 전혀 공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숨길 게 없으면 왜 비밀번호를 안 주는 거야”와 같은 이유로 통제하려 들거나 허락 없이 계정에 로그인하기도 한다. 카스퍼스키는 “이것이 의무적이거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치 공유는 편의나 안전을 위해 상호 동의 하에 이뤄질 수 있다. 연인이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확인하거나 만날 장소를 조율할 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치 추적이 의무적이거나 집착적으로, 심지어 비밀리에 이뤄질 경우 스토킹과 통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는 자신의 동의 없이 위치가 추적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카스퍼스키는 “연인이 집요하게 위치를 업데이트하면서 어디로 가는지 집착하거나, ‘왜 거기 들렀어’와 같이 의심하는 것은 경고 신호”라며 “가장 심각한 행동은 에어태그, GPS 앱, 스토커웨어 등으로 상대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을 통한 ‘가스라이팅’도 심각한 문제다. 응답자의 39%는 파트너로부터 디지털 수단을 포함한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자기 행동을 숨기기 위해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스크린숏을 편집해 이야기를 왜곡하거나, 증거가 있음에도 특정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카스퍼스키는 “디지털을 통한 가스라이팅은 교묘하면서도 교활한 형태의 심리 조작”이라며 “피해자가 자신의 기억과 판단에 대한 확신을 잃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보안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신뢰를 이용해 상대 계정을 해킹하거나 상대 활동을 모니터링하려고 한다. 스토커웨어는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메시지를 보고, 통화를 추적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원격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응답자의 12%는 연인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거나 설정을 조작한 경험이 있고, 10%는 모니터링 앱 설치를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안나 라키나 카스퍼스키 프라이버시 전문가는 “이번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커플들이 건강한 디지털 경계를 설정하고, 기술이 관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길 바란다”며 “만약 사랑이 디지털 자유를 포기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스토킹”이라고 말했다. 카스퍼스키는 이와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사랑, 신뢰,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가이드 ‘디지털 서약서’를 내놨다. 커플이 상호 존중, 안전, 독립성에 기반한 관계를 구축해 기술이 사랑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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