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체외 인공수정(IVF) 시술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4년 대선 과정에서부터 임신에 관한 각종 시술 비용을 대폭 낮추고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
미 건국 250주년인 4일 독립기념일에는 그의 이름을 딴 ‘트럼프 계좌’도 출시됐다. 재무부가 그의 집권 2기인 2025∼2028년에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인당 1000달러(약 148만 원)를 지급하고 부모의 추가 납입금 등을 통해 이들의 장기 복리 투자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실상의 출산 보조금이다.
그와 내각의 주요 인사는 출산 장려도 몸소 실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섯 자녀와 열한 명의 손주를 뒀다. J D 밴스 부통령은 19일 넷째를 얻었다. 숀 더피 교통장관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막내를 포함한 아홉 자녀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부인이 이전 결혼에서 낳은 셋을 포함해 일곱 자녀를 기른다.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과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장관(각 6명),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5명)도 자식 부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브룩 롤린스 농림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도 각 네 명의 자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다산을 장려할까. 집권 공화당을 포함한 미국 보수 진영은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의 가치를 중시한다. 화목하고 안정된 가정이 범죄, 빈곤, 마약 중독 등을 예방하고 정부의 복지에 기대지 않는 개인을 만들어 ‘작은 정부’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출산율 저하가 노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저성장과 국가 경쟁력 하락을 야기한다는 점도 우려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자체 분석한 2025년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1.57명. 통상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 출산율(2.1명)보다 훨씬 낮다. 주요 조사에서 미국의 출산율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반(反)이민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을 주도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자)를 제외하면 미국의 인구 증가 또한 각국에서 몰려든 이민자의 유입으로 가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출산’을 통해 인구를 늘리려 한다. 백인 기독교도 위주의 국가라는 종교, 인종,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이 IVF에 호의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복음주의 기독교도 및 낙태 반대론자는 대통령의 지지층이지만 일부 배아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IVF를 반대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2024년 2월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배아 파손 시 살인 같은 중죄로 처벌받을 여지가 생기자 이후 주내 여러 병원이 시험관 시술 및 배아 보관을 중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임 부부를 위해 IVF를 장려해야 한다”며 법원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즉 그에겐 일부 지지자의 반발보다는 출산율을 높여 이민과 원정 출산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등 과거 공화당 소속 대통령은 낙태 규제를 강화하고 자녀의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해 우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자 중 거의 최초로 당의 ‘작은 정부’ 기조에 반하는 현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돈을 뿌려서라도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그의 행보가 미국의 저출산 위기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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