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기보유공제 혜택 너무 커
실소유자 보호 위한 더 합리적 방안 많아
일단 보유 기간 혜택부터 없애고
향후 거주 기간 혜택도 줄여 가야
얼마 전 한성숙 총리는 20년간 보유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52억 원에 팔아 세금까지 다 내고도 27억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 한 총리는 다주택자였지만 다주택자 중과가 되지 않고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받은 덕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처럼 집값이 대체로 안정적인 나라는 보유세를 늘리고 양도소득세를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가 형성됐다. 우리나라는 집값이 급등해 집 소유자의 소득 수준과 집값의 괴리가 아주 크다. 집 한 채 가졌을 뿐인데 어쩌다 집값이 올라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는 호소는 일리가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개발에 개발을 더해준 데 대한 대가인 보유세도 언젠가는 올려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이곳저곳에서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을 다루는 게 우선이다.
양도소득세를 개편한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1가구 1주택자의 장기보유공제를 축소해야 한다. 다른 건 다 변죽을 울리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집을 10년간 보유·거주하다 팔면 보유에 대해 40%, 거주에 대해 40%, 합해서 80%까지 양도차익에서 빼주는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들다고 한다.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를 억제하고자 도입된 제도라고 하나 부동산이 중·장기적으로도 큰 이득이 되는 나라에서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집이라는 재화는 특수해서 살면서 사용 가치를 다 향유한다. 거기에 교환 가치까지 크게 얹어줄 필요는 없다. 일단 보유 부분에 대한 혜택 40%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굳이 1주택을 비거주와 실거주로 나눌 필요도 없다. 그러고 나서 거주 부분에 대한 혜택 40%도 줄여 가야 한다.
흔히들 장기보유공제를 축소하면 실소유자가 억울해질 수 있다고 한다. 옳다. 어느 집에 살다가 모은 돈을 보태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 해도 양도소득세 떼고 나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은 불합리하다. 그러나 궁리해 보면 장기보유공제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대안이 많다.
그중 하나는 집을 팔 때 제대로 양도소득세를 징수하되 다시 다른 집을 사는 실소유자에게는 환급해 주는 것이다. 비슷하거나 더 비싼 집을 사서 옮겨가는 사람에게는 전액 환급해 주고, 더 싼 집을 사서 이득의 일부를 취하는 사람에게는 일부만 환급해 준다. 그렇게 하면 현 80%보다 더 큰 100% 감면이라는 혜택을 주면서 실소유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집을 줄이면서 지금처럼 엄청나지는 않아도 얼마간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것은 주택을 투자 자산이 아니라 실소유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만성 공급 부족 상황이라면 더 철저히, 뿌리에까지 내려가 부동산을 실소유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실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집값은 오르나 내리나 사는 곳 한 채일 뿐이다.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을 풀어놓은 것이 부동산 장기보유공제다.과거 우리나라에는 소수의 ‘찐부자’들과 대다수의 중간·서민층 사이에만 건너기 힘든 심연이 있었다. 지금은 과거 중간·서민층 사이에서 집이 있느냐, 어디에 집이 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심연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K자 양극화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 대통령이 엊그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8년 556조 원에서 지난해 2676조 원으로 4.8배로 늘었다. 그사이 이 대통령의 집은 1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도 세금은 양도차익의 7.5%밖에 내지 않는다. 찐부자인 다주택자의 양도차익만 불로소득이 아니라 그게 K자 양극화를 만드는 불로소득이다.
K자 양극화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으로 본격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제대로 회수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커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유예하며 거꾸로 갔다. 이제라도 바로잡지 못하면 K자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게 고착화할 것이다.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이 시대에 한국 현대사에서 처음 보는 새로운 사회적 단층이 생긴 이유로 어리석은 양도세제를 이용한 세정문란을 들지도 모르겠다.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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