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계륵 장군’ 이준석

1 day ago 1

선거는 民心 둘로 모아 비교하는 절차인데
계륵 같은 3등의 완주로 불편해진 선거
결선투표제에서도 3등은 1, 2등 중 한 명 지지
유권자가 스스로 알아서 死票 막는 수밖에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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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의 삼분지계(三分之計)에 따라 3등인 유비가 2등 손권과 연합해 1등 조조를 친 것이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삼분지계가 작동하려면 압도적인 1등을 제어해야 한다. 3등이 2등을 끄집어내려 1등을 오히려 압도적으로 만드는 건 삼분지계도 뭐도 아니다.

대선에서 1등이 이기면 군사독재 이후 어느 정권도 가져보지 못한 권력을 갖게 된다. 국회에 이어 대통령까지 차지하면 국회의 위헌적 입법이 거부권 없이 그대로 시행되고 법을 바꿔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의 무도한 가처분 결정으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까지 차기 정권에 넘어가 사후적인 위헌 통제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는 삼분지계는 고사하고 양분지계(兩分之計)도 작동할 수 없다.

선거는 다자 대결보다는 양자 대결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제도다. 선거 1주일을 앞두고 1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3등은 그냥 놔두기도 뭐하고 무시하기도 뭐해서 그가 아무리 선의(善意)를 갖고 있다고 해도 존재 자체로 계륵이 된다. 자기만 지는 게임이 아니라 자기로 인해 남도 같이 지게 하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가 공통적인 공약으로 제시된 것은 3등을 놔두고 선거를 치를 때의 불합리성을 후보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불합리성을 잘 알아서 결선투표제를 공약해 놓고는 3등으로 완주한다는 심리는 모순적이다.

선거는 가능한 한 민심(民心)을 둘로 모아 비교하는 절차다. 결선투표제가 있는 나라에서도 1차 투표에서 3등으로 탈락한 후보자는 대체로 결선투표에 앞서 1, 2등 후보자 중 한 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의를 모으는 데 기여한다. 결선투표제가 없어 선거 전에 단일화하는 것과 결선투표제가 있어 1차 투표 후에 1, 2등 후보 중 한 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 사이에 민의를 모은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미래에 대한 투자’로 굳이 사표(死票)를 던지러 투표장으로 향할 홍준표의 아름다운 발걸음이여! 그러나 대체로 사표는 사표일 뿐이고 그것도 민의의 결집을 방해하는 나쁜 사표일 뿐이다.

단일화가 물 건너간 이상 민의를 모으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유권자 스스로 사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알아서 투표하는 길밖에 없다. 투표율을 몇 %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그 몇 %보다 훨씬 더 많은 표가 사표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선(最善)이 가능성이 없으면 차선(次善)을 택해서라도 민의를 모으는 것이 선거의 목적에 부응하는 길이다. 지난 대선에서 3등인 안철수는 지금 3등인 이준석보다 조금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음에도 단일화를 해서 물러났다. 이준석은 3등으로 완주하면 자신이 2등이 될 기회가 올 것이라는 계산을 하는 듯하다. 그런 기회가 올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계산으로 하는 완주는 국가 전체의 이익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것일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3등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일화를 하고 물러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3등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완주하겠다는 건 깽판 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탄핵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일 뿐 그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 대한 탄핵은 아니다.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서도 계엄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탄핵을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대한 탄핵으로 이해하면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왜 부통령이 승계해 임기 말까지 집권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탄핵을 빌미로 한 단일화 거부는 타당하지 않다. 탄핵 제도에 대한 이해에 관한 한 한국은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오지(奧地·outpost) 국가다.

적벽대전 이후 유비는 조조와 손권의 협공을 당해 관우와 장비를 잃고 그에 대한 복수로 손권을 치려다가 망했다. 제갈공명은 삼분지계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2등과 3등이 싸워서는 안 된다고 극구 만류했으나 유비가 듣지 않아 1등에게 차례로 다 당했다. ‘계륵 장군’ 이준석이야 유비의 길을 가든 말든 유권자들이 최종적인 균형을 맞추는 자세로 지혜로운 선택을 할 때 결과와 상관없이 멋진 승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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