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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2017년 2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직접 출석하지 않았고, 대리인 변호사가 최후진술서를 대독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원고지 25장 남짓 분량의 긴 진술서에서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간의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의 불찰로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린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진술서 말미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최후진술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는 게 주된 평가였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분노와 실망이 그만큼 컸다. 마지막 변론 11일 만에 재판관 8명 만장일치 의결로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4월 30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나오지 않았고 대리인단이 최후진술을 대신했다. 변론은 탄핵소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변론 종결 14일 후 탄핵 기각 결정으로 노 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심판 기일에 대부분 출석해 여러 차례 직접 진술을 했다. 이달 25일 최종변론에서도 직접 최후진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최종의견 진술에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한 만큼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기회다. 어쩌면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간 탄핵심리 과정에서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과 경찰 고위 간부들의 진술을 부인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역사에 더 선명하게 남을 순간인 최후진술에서는 계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주장하되 일국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최종변론이 끝나면 말 그대로 결정과 승복의 시간이다. 그간 헌재 심판정 안팎에서 우리 사회는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극도로 대립했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되든 향후 혼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헌재 결정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통해 스스로 이를 다짐하고 지지자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2일 06시1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