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탄핵 이후 당장 안보가 걱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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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긴 터널을 비로소 지났다. 탄핵 소추 후 111일이라는 물리적 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은 모두가 돌아와 다시 일상을 마주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이미지 확대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장 안보가 걱정이다.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기에 앞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일부가 중동 지역으로 순환 배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한미군 패트리엇 미사일은 PAC-2와 PAC-3 모델을 혼합한 12개 포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가 이 중 최소 1개 포대를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하는데 국가 최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 측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을까 싶다.

패트리엇은 오산과 평택 등지에 분산 배치돼 적의 탄도미사일을 중·저 고도에서 요격하는 지대공미사일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THAAD)와 함께 한미 방공망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1994년 주한미군에 배치된 후 2008년부터는 우리 공군도 패트리엇 포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순환 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한미군 전력이 미군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재배치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주한미군을 세계 어디든 미국이 필요한 지역에 신속 배치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최근 공개된 미 국방부의 기밀 문건에서도 중국 견제와 미 본토 방어가 미군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이 명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가능성이 거론됐다. 순환 배치가 일시적 조치라고는 하지만 대북 방공망에 작게나마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나선 트럼프는 조만간 한국에 '안보 청구서'도 보낼 것이다.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 늘 그랬듯 우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국가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험난한 길에 국력을 모아도 힘겨울 판에 내부적으로 분열과 대립이 계속돼선 곤란하다.

8년 만에 또 대통령이 파면되는 비극은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낳은 결과다. 광장에선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증오로 바뀌지 않도록 정치 지도자들부터 나서야 한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들도 분열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과는 이제 과감히 결별하자.

이날 헌재 결정문이 규정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 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04일 17시1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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