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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6일 오전 강원 양양군 양양읍에 마련된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2025.2.26 ryu@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세간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26일 강원 양양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었다. 2021년 6월 경기 과천시장 소환투표 후 거의 4년 만이다. 결과는 투표자 수가 개표 요건(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 모자라 개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모두 투표자 미달로 무산됐는데 이번 투표는 그나마 역대 가장 높은 32.2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요건에 271표가 부족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해 소환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기종료 전에 해직시키는 제도다. 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고 공직자의 책임감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로 직위를 상실한 선출직이라고는 기초의회 의원 2명뿐이다. 2007년 12월 광역화장장 유치 문제로 경기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돼 그중 시의원 2명이 직을 잃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만큼 현행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래 작년 말까지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된 사례는 11건에 불과하다. 서명자 미달이나 소환 청구 철회 등으로 투표조차 못 하고 종결된 사례가 132건으로 대부분이고, 진행 중인 사례가 4건(양양군수 포함)이다. 실제 주민소환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문 것은 절차와 요건이 엄격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주민소환 투표를 하려면 광역 지자체장은 유권자의 10%, 기초 지자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투표 없이 종결된 경우는 대부분 서명 미달이 이유였다. 서명 인원수를 다 채워도 투표 가결 요건이 까다롭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현행법상 주민소환제가 아니더라도 지방공직자를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이 범법 행위로 임기 도중 직위를 잃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면 벌금 100만원 이상, 그 외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다. 그런데 이것도 실효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로 사실상 임기를 다 채울 즈음에 직위 상실형이 확정되는 사례가 허다했다.
주민소환제가 선출직 공직자의 직무 유기와 전횡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지만 소신 행정을 과도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한번 당선되면 유권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십상인 선출직에 대한 강력한 견제 도구인 주민소환제를 유명무실하게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하루빨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지방자치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7일 1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