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해 화제가 됐다. 외로움부 장관은 인력이나 공간 등이 제공되는 별도 부처의 장이 아니고 스포츠시민사회부 장관이 장관직을 겸직하는 형태였다. 겸직 장관에게 외로움에 대한 책임을 부여해 이를 세심히 살펴보도록 한 상징적 조치였지만 정부가 외로움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2021년 고독 문제를 담당하는 각료직을 만들었다. 역시 다른 장관이 겸직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장관직 신설과 함께 여러 대책을 시행했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 붕괴 후 많은 청년이 사회에서 좌절을 경험했고 상당수가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이들이 40∼60대가 되면서 중장년 히키코모리로 이어졌고 코로나를 계기로 그 문제가 더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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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스스로 고립을 택하거나 택할 수밖에 없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2023년 영국 BBC는 이 문제를 조명하면서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을 택한다고 그 이유를 분석한 바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대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현실을 못 좇아가고 있다. 서울시가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전화를 걸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외로움안녕120' 콜센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한 달여 만에 연간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외로움안녕120'은 365일 24시간 상담을 제공하며, 다산콜센터(02-120)로 전화한 후 음성 안내에 따라 5번을 누르면 상담사와 연결된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상담을 진행한 건수가 3천88건에 달했다. 올해 목표로 삼은 상담 건수가 3천건이었다니 애초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 고립된 상태에서 대화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상담 내용을 보면 외로움과 관련한 대화가 1천394건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대화할 사람이 없어 챗GPT와 소통했다는 20대는 "전화상담을 하면서 상담사가 제 모습을 지지해줘서 너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외로움은 누구 한 사람의 문제일 수 없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외로움은 주위로부터 지지와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기분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을 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것이 대선에 묻혀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치로 풀어야 할 세상의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자본주의를 공동선과 다시 연결하고 자본주의 심장부에 돌봄과 온정과 협력을 놓아야 한다."('고립의 시대'중에서)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8일 07시2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