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야식 문화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처럼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손님을 맞는 음식점이 도시 곳곳에 자리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24시간 운영하는 식당 문화를 서울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는다. 치열한 경쟁 사회와 높은 노동 강도, 그리고 분주한 도시의 리듬이 만들어낸 고유한 생활문화인 셈이다.
서울 서북권인 서대문구 남가좌동 역시 그런 서울의 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동네다. 주거지역이면서도 신촌과 홍대, 상암을 오가기 편해 예술가와 작가, 방송인, 디자이너, 프리랜서들이 많이 거주한다.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허기가 밀려오고, 원고를 마친 뒤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20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영업을 이어온 ‘대가감자탕뼈해장국’은 그런 사람들의 허기를 묵묵히 채워준 곳이다. 늦은 밤에도 환하게 켜진 간판은 남가좌동의 작은 등대처럼 귀갓길 사람들을 맞이한다.이 집의 대표 메뉴는 감자탕이다. 큼직한 돼지 등뼈를 푹 삶아 깊은 맛을 낸 국물 위에 들깻가루와 깻잎, 대파, 버섯을 넉넉히 올려 끓여내면 국물은 한층 진해지고 향은 더욱 풍성해진다.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살코기를 뜨거운 국물에 적셔 맛보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녹아내린다. 감자탕만으로도 충분히 이름을 낼 만한데, 이 집의 보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두툼하게 썰었지만 퍽퍽하지 않은 돼지고기는 촉촉한 육즙과 담백한 풍미를 그대로 품고 있고, 잘 익은 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폭발한다. 감자탕과 보쌈을 함께 즐기는 ‘한상세트’(소·小짜 기준 4만5000원)를 찾는 손님이 많은 이유다.
혼자 찾아와 선지해장국이나 뼈해장국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새벽까지 작업한 예술가들이 속을 달래기 위해 들르기도 하고, 비즈니스 미팅이나 회식을 마친 직장인들이 2차나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기 위해 찾기도 한다.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낸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찾아 모여드는 풍경은 대가감자탕이 보여주는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속살이다.
감자탕과 보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갈한 곁들임이다. 절임배추와 잘 익은 김치, 새콤한 깍두기, 아삭한 오이와 당근, 풋고추와 생마늘까지 하나하나 허투루 내놓는 것이 없다. 특히 넉넉하게 담아내는 절임배추는 촉촉한 보쌈을 감싸 먹기에 제격이다. 담백한 돼지고기의 풍미와 절임배추의 아삭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입안이 한결 개운해진다. 화려한 상차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성껏 준비한 식탁이라는 인상을 준다. 오래된 단골들이 이 집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맞춤한 배려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대가감자탕뼈해장국은 오늘도 불을 켜두고 사람들의 허기를 먼 포구의 등대처럼 조용히 달래주고 있다.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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