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 설립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오는 5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는 건 지난해 12월 시작한 이번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 평균 14% 인상, 개인당 격려금 3000만원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이런 파격적인 요구를 하는 건 지난해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6% 성장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는 임금 6.2% 인상, 영업이익 10%(또는 경제적부가가치 기준 20% 수준) 성과급 지급 등을 제안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와 괴리가 크다.
노조는 협상이 잘 안 풀리자 지난 2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했다. 이 투표에는 노조 조합원 95.4%가 참여했고 이 중 95.5%가 찬성했다. 노조는 내달 21일 사업장 집회를 열고, 5월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업 시작까지 한 달여의 말미를 둔 건, 그때까지 의견 차이를 좁혀 가급적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협상이 삼성전자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보상과 비슷하게 가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회사 구성원들은 업계 1위 기업 위상에 맞는 독자적인 보상 체계 수립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한 개입을 요구하는 점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노조는 "기업 분할·합병 등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할 때 노조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단협 조항을 도입하자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신규 채용과 승진 등 인사 관련 결정 시에도 노조와의 사전 조율을 거칠 것을 요구한다.
박 위원장은 “직원 처우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제도 변경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가 전면에 나서서 경영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회사 측은 “경영권과 인사권은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런 요구에 선을 그었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5월 파업이 시작되면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세계 1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빅파마 15곳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만 5조5000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파업으로 일손이 비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를 키우고 단백질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생산 도중 공장을 멈추면 세포가 죽거나 품질이 변해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외 고객사에 약속한 기간 내에 물건을 보내지 못해 기업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경우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CDMO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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