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TIC)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세계 각국에 부과한 보복성 관세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범위를 넘어서 위법이라는 판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상호관세율 및 90일 유예 조치와 이후 남겨진 기본관세(10%) 등이 모두 근거를 상실했다.
관세 부과, 협상, 유예, 재협상의 변덕스러운 과정을 거쳐온 관세전쟁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한국 상호관세율은 25%(기본관세 10%+국별관세 15%)에서 출발해 10%로 낮아진 뒤 이번 판결로 ‘0%’가 유력해졌다. 하지만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시기부터 불분명하다. 재판부는 ‘10일 내 관세 폐기’를 명령했지만 미국 세관 당국의 지침을 기다려봐야 한다. 이미 부과된 관세의 환급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번 결정은 1심이어서 관세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항소심, 연방대법원의 최종심을 거치며 상호관세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원고 측이 요청한 가처분 요청을 건너뛰고 이례적으로 바로 본안 판결을 내리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고삐 풀린 사법쿠데타”라며 곧바로 항소했다. ‘국가비상사태 대응을 판사가 결정해선 안 된다’며 법원과 각을 세웠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시계 제로로 치닫는 글로벌 경제의 단면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부과하거나 변경한 관세정책이 50회를 웃돈다. 상호관세 부과가 최종 위법 판정을 받더라도 무역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 품목별 관세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관세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철강·자동차에 부과한 25% 품목별 관세 및 반도체·컴퓨터·의약품·무선통신기기 관세 협상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상호관세는 트럼프발 리스크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일방통행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주한미군 역할 변경 논의 등 지뢰밭이 많다.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비난이 커진 가상자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교한 대응태세를 수립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제일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