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대법원發 임금 상승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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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9 17:45 수정2025.05.29 17:45 지면A39

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그제 통상임금 개편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말 기존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반영한 공공부문 첫 사례다. 정기상여금이 모두 기본급으로 바뀌면서 버스 기사들의 임금 총액이 10.48%나 오르게 됐다. 최근 3년간 평균 임금 인상률(4.3%)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부산시는 시내버스에 매년 2000억~3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5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인건비가 이렇게 급증하는데도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없는 근로기준법 때문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부문 협상의 시금석이 될 합의가 일방적으로 노조에 유리하게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버스노조는 협상 결렬에도 파업을 유보했지만,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차기 정부에서 노사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노조가 더불어민주당과 물밑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버스는 정기상여금 규모가 부산 버스의 두 배에 달해 임금이 최대 25%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1조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서울 버스가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올가을 임금협상을 앞둔 민간 기업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통상임금 범위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됐다. 통상임금 요건이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가운데 고정성 기준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직 여부와 최저 근무일수 등을 따져 조건부로 지급하는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기업들은 직원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올려줘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애가 타는 경제계는 명절귀향비, 휴가비 등 특정 수당만이라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통상임금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 중인 기업의 발목을 잡게 해선 안 된다. 통상임금발 임금 인상을 합리적 수준으로 제한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서두를 수 있게 노사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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