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선거운동 기간 중 모든 대선 후보자의 재판 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루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15일로 예정)을 변경해달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2일까지 일정 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법원장 탄핵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초강경 압박은 이 후보의 대법원 상고심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진 뒤 파기환송심 역시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대법원은 사건기록 접수 34일 만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고, 서울고법은 그다음 날 곧바로 첫 공판기일을 15일로 지정했다. 재판이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이 유죄로 법리 판단을 마쳤고, 남은 절차는 양형 판단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 사건에 대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판결해야 한다는 ‘6·3·3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기소 후 1년 안에 모든 재판이 종결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후보는 2022년 9월 불구속 기소된 이후 1심 판결까지 2년2개월, 대법원 판결까지 2년8개월이 걸렸다. 이 후보 측은 서류 수령 거부 등으로 재판을 반복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 운운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법원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언급은 정치적 공세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은 것이다. 사법부를 다수당의 눈치를 보는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헌법상 기본 원리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조건인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다. 이 후보가 결백하다면 빠른 재판 진행을 이렇게 꺼릴 이유가 없다. 국민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떳떳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