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 면밀히 보고 있다"는 트럼프 책사

3 days ago 2

입력2025.07.27 17:33 수정2025.07.27 17:34 지면A35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분야 조언을 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글로벌전략 회장의 한국경제신문 인터뷰 내용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시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브라이언 회장의 한국 관련 언급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부상한 데 대해 (한국 등)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국제질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과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중국·러시아와의 실용 외교 전개 방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한국의 역할 주문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대미, 대중 관계에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거듭 밝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골자로 한 ‘동맹 현대화’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미국의 인·태 전략에 확대 적용하는 동맹 현대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동맹 중 한 나라가 ‘태평양 지역’에서 무력 침공을 받으면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맹 현대화라는 표현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미·중 격돌 시 한국의 대미 지원을 사전에 공식화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과거 야당 대표 시절 동맹의 가치를 폄하한 것처럼 비친 ‘셰셰 발언’ 등이 미국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지지부진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실용 정부를 표방하면서 주변국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의 통상·안보 협상 타결이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다. 미국이 미심쩍어하는 ‘친중’ 이미지를 확실히 불식하는 일이 긴요하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