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로들이 닦은 길, 한국형 AI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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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원로회의·한국무역협회 주최 '2025 국가발전 심포지엄-IT강국에서 AI강국으로'는 여러모로 뜻 깊은 자리였다. 380여명 정보통신(ICT)·과학기술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도 그랬지만, 인공지능(AI)시대를 앞둔 우리나라의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현장이었다.

참석한 원로 한분 한분이 IT강국 주춧돌이었다. 당시 장관으로서 초고속인터넷망을 조기 구축토록 입안하는데 맨 앞에 있었고, 또 다른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우리가 스마트폰, 5세대(G) 선도국으로 자리잡는데 맹활약했다. 과학기술 교육의 선구자들이자, 우리나라가 AI분야 가장 창의적인 국가로 달려나가는데 선도적 교육을 맡았던 분들이 함께했다.

그렇게 정보화·인터넷·모바일 강국을 일으켜세운 지난 30년의 주역들이 이제는 가만히 지켜보며 대접 받아도 될 상황에 AI 부국양병을 위해 다시 경험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나섰으니, 어찌 그 뜻이 작다고 하겠나.

여기에 현직 장·차관이 원로들의 부름에 화답했고, 미래의 꽃이라할 수 있는 AI분야 글로벌 스타트업까지 함겠으니 세대를 아우르는 'AI 코리아 한마당'으로 손색이 없었다. 앞으로 AI 관련 정책을 펼치는 정부나 학계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은 '한국형 AI 전략'을 가져야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중국 처럼 매머드급 예산을 쏟아부어 추진하는 AI 전략에 우리가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우리만의 시간, 예산, 기술을 갖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AI분야에 파고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성과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AI 물량 경쟁으로 우리가 얻을 것이 패배감과 자괴감이라면, 독창적이고 남이 안하는 제조업 AI 같은 것에 파고들다 보면 우리가 얻을 것은 차별화와 엄청난 시장이란 것이다.

마지막 세션에 등장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적을 둔 한국계 AI스타트업 뉴날(Newnal)의 프리젠테이션과 전략 발표도 이러한 방향성에 더 큰 힘을 실었다. 뉴날은 다른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에 정면 승부하기 보다 오히려 자신들 만은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 개인형 특화AI 서비스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지난 스페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5에서도 독창적인 AI모델로 세계 기술계 이목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IT원로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우리나라를 세계 1위 IT국가로 우뚝 세웠다. 이들이 닦아 놓은 길 위에 더 나은 AI를 만들고 성공시키는 일은 현재와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았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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