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AMD의 하이엔드 데스크톱(이하 HEDT) 라인업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HEDT는 기존 데스크톱보다 더 크고 높은 성능의 CPU를 장착하는 고성능 데스크톱으로 과학 연구나 인공지능 개발, 영화 제작 등 특수 목적용 워크스테이션에 탑재된다. AMD는 지난달 대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9000 WX 및 스레드리퍼 9000 출시를 예고했으며, 이번 발표를 시점으로 전체 성능을 공개했다.
6세대로 접어든 AMD 스레드리퍼 시리즈
AMD가 지난 5월 컴퓨텍스 2025에서 공개한 스레드리퍼 프로 9000 WX 및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를 정식 출시했다 /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는 OEM으로 선택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스레드리퍼 프로’ 라인업과 일반 소비자가 CPU를 구매해 자체적으로 데스크톱을 구축하는 ‘스레드리퍼’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세대로는 6세대에 해당하며 AMD 라이젠 9000 시리즈와 동일한 젠5 아키텍처 기반이다. 젠5 아키텍처는 AVX512 명령어를 512비트 데이터 경로로 전달해 병렬 처리 및 벡터 연산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고, 향상된 분기 예측과 L2 캐시 개선, 데이터 경로 대역폭 증가 등을 바탕으로 젠4 아키텍처 대비 클럭당 성능이 평균 16% 늘었다.
메모리 기능 면에서는 최대 8채널 6400MT/s(1초당 수행되는 데이터 전송 횟수, 초당 6400MB 처리) 메모리를 지원하고, 최대 410GB까지 쓸 수 있다. 칩셋은 프로 플랫폼이 WRX90을 사용하고, HEDT 플랫폼인 일반 프로세서는 TRX50을 사용한다. WRX90은 8채널 메모리와 PCIe 5.0 128레인을 지원한다. 일반 사용자용인 TRX50은 4채널 메모리만 지원하며, PCIe 5.0도 80레인 구성이다. 소켓은 sTR5로 동일하다.
AMD 스레드리퍼 프로 9000 WX 시리즈 라인업의 주요 성능 및 코어 수 / 출처=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9000 WS 시리즈는 최소 12코어 24스레드, 64MB의 L3 캐시를 갖춘 9945WX부터 최대 96코어 192스레드 구성에 최대 384MB L3 캐시를 갖춘 9995WX까지 총 6개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일반 사용자용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는 24코어 48스레드 128MB L3 캐시의 9960X 및 32코어 64스레드, 128MB L3캐시를 갖춘 9970X, 64코어 128스레드 구성에 256MB L3 캐시가 적용된 9980X 세 개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열설계전력은 구분 없이 전체 라인업이 350W TDP로 전용 공랭 쿨러 및 수랭식 쿨러 구성이 필요하다.
전작 대비 약 16% 성능 향상··· HEDT 상한선 다시 써
젠5 아키텍처는 전 세대 대비 약 16%에서 최대 25% 수준의 성능이 향상됐다 / 출처=IT동아
코어 수는 전 세대와 거의 비슷한 만큼 주요 성능 향상은 아키텍처 변화에 있다. 젠4 아키텍처는 5나노미터에 해당하는 TSMC N5 공정 기반이며, 젠5 아키텍처는 4나노 상당의 TSMC N4P 공정 기반이다. AMD는 동일하게 96코어로 시험할 때 기하평균 점수는 16%, SPEC 워크스테이션의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성능은 25%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9995WX와 이전 세대와의 성능 향상 비교 / 출처=AMD
AMD 스레드리퍼 프로 7995WX와 프로 9995WX의 ISV(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성능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오토데스크 마야, V레이, 시네벤치, 어도비 애프터 이팩트 등 미디어 성능에서 최소 17%~26%, PTC 크레오 및 키샷 등 디자인 및 설계 프로그램도 최소 17%~26%, 딥시크 R1 토큰 처리도 22%가 늘었다고 밝혔다.
인텔 7 공정 기반의 60코어 120스레드인 인텔 제온 W9-3595X와 AMD 스레드리퍼 9980X를 비교한 결과, 오토데스크 마야 CPU 성능은 92%, 시네벤치 83%,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22%, 애프터 이팩트 80%씩 향상됐다. 오토데스크 리벳도 41%, 코로나 렌더도 108%가 향상되며 큰 격차를 보여줬다. 다만 인텔 제온 W9이 세대상 최신 공정은 아니므로 차이가 난다 정도의 의의만 있다.
인텔이 남겨놓은 빈자리, AMD가 가서 앉나?
HEDT 라인업은 x86 제조사 입장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다. 프로세서 성능이 높아지면서 게이밍부터 전문 작업까지 일반 CPU 라인업으로 충분한 상황이다. 더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작업은 클라우드를 동원하는 게 빠르고 간편하다. 즉 연구소나 영상 작업 등 보안이 필수면서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한정된 수요를 위해 HEDT 라인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AMD도 4세대 스레드리퍼는 프로 버전만 내놓기도 했는데, 개인용 고성능 AI 처리를 위한 컴퓨팅 수요가 꾸준하면서 다시 5세대와 현행 6세대는 스레드리퍼 프로와 스레드리퍼를 병행 취급하고 있다.
AMD 스레드리퍼 프로 9000 시리즈는 세 개 라인업으로만 출시된다 / 출처=AMD
인텔 입장에서 HEDT CPU는 상당히 곤란한 제품군이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와 제품 점유율 하락으로 연이은 구조조정에 최고경영자까지 교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사업 단순화를 위해 프로그래밍 반도체 기업 알테라도, 독일 공장 등도 정리하는 등 비핵심 사업은 가지치기 중이다. 서버용 제품군은 그나마 핵심 수입원이어서 계속 라인업을 확장하지만, 보통 서버용 제품군을 개량해 HEDT를 내놓는다. 기술은 있으나 수익성이 부족하고, 안 내놓자니 점유율을 잃는 그런 상황이다.
AMD 스레드리퍼 프로 9000 시리즈가 인텔 제온 W9에 비해 성능이 높은 이유도 최신 공정 제품군이 부재해 이전 세대와 비교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주춤하는 사이, HEDT라는 작은 파이까지 AMD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