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산 압수수색 또 불발… 대통령도 없는데 누가 왜 막나

4 weeks ago 6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도록 경호처에 지시했다는 혐의 등과 관련해 경찰이 16일 대통령 집무실과 경호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경호처에 막혀 실패한 것은 6번째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김성훈 차장이 사의를 밝혔는데도 같은 상황이 재차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말 법원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처음 발부한 뒤 체포가 이뤄지기까지 15일간 용산 대통령 관저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차 집행 때는 경호처가 ‘인간 스크럼’을 짜고 차량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관의 진입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2차 집행 전에는 관저 외벽에 날카로운 철조망이 설치되는가 하면 전술복에 총기 수납용 배낭을 멘 경호처 특수요원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사용해서라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경호처에선 실제로 기관총에 실탄까지 준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 특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상계엄 전후에 벌어진 일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도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보안 휴대전화) 서버를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경찰과 10시간가량 대치 끝에 압수수색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파면됐고 내란 우두머리로 재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집무실에 대한 수사를 누가, 왜 막은 것인지 의문이다. 경호처는 이번에도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기밀 유출을 막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보호하라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지 정당한 수사를 거부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러니 진상 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법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힌 뒤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 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 따만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