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21건을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언급했다. 작년(18건)보다 지적 건수가 늘어난 데다 납득하기 힘든 내용도 많다. 대규모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외국인 원전 소유 제한 등을 무역장벽으로 새로 규정한 점이 특히 그렇다.
절충교역은 무기나 군수품 구매 시 반대급부로 기술 이전, 부품 제작·수출, 군수 지원 등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세계 방위산업계의 관행이다. 방위산업이 아니더라도 이해관계의 조정과 절충은 비즈니스 세계의 일상이다. 거래 조건이 불만스러우면 계약하지 않으면 될 일을 무역장벽이라며 정색하는 격이다. 외국인 원전 소유 제한 역시 주권에 관한 부분이지 통상 문제로 다룰 성격이 아니다.
네트워크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정 등 미래 산업 관련 입법을 매년 지적하는 것도 유감이다. USTR은 망 사용료 부과 시 국내 통신 3사 독과점이 강화돼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한다. 막대한 콘텐츠 전송량을 잡아먹는 미국 빅테크의 무임승차를 두둔하는 억지다. 끼워팔기와 자사 우대 등을 처벌하는 플랫폼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보는 시각도 무리다. 신생 산업의 공정 경쟁 담보를 위한 입법적 대응으로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에도 적용돼 차별로 보기 어렵다.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통제에 따라 구글맵 사용 시 불편을 지적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특수한 안보·정서에 기반한 조치인 만큼 과도한 압박 대신 양자 협의로 절충점을 찾아 나갈 문제다. 국가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역시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 관세가 철폐된 것과 양국 간 현안 협의가 활발한 점 등 우호적 언급도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 재협상 등 미국 내 매파적 움직임이 분명한 만큼 경계심을 키워야 할 때다. 제조업 10곳 중 6곳이 대미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에서 주한 미국 기업의 민원성 불만이 무역장벽으로 오인되는 것을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막가파식 관세 압박에 지레 굴복하지 않도록 정교한 반박 논리로 무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