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른들 보기도 창피했던 TV토론… 아이들이 볼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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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마지막 대선 후보 TV 토론도 앞선 두 번의 토론처럼 서로 물고 뜯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끝났다. 특히 이날 토론에선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까지 서슴없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됐다. 프라임 시간대에 아이들 보여주기 부끄러운 원색적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후보를 검증해야 할 토론이 혐오를 부추기는 비방 경연장으로 변질되면서 이런 식이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인터넷에 올렸다는 의혹이 나오는 원색적 수준의 여성 폭력 관련 발언을 여과 없이 꺼낸 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부적절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가 많아졌다’는 이준석 후보의 지적에 “팩트에 어긋난다”면서도 그 근거를 대지 않은 채 엉뚱한 주제로 말을 돌렸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형수 욕설’ 등 이재명 후보의 과거 논란을 자극적 표현으로 재탕하기 바빴다. 이러니 ‘너는 뭐 잘한 게 있느냐’는 식으로 드잡이 수준의 말다툼을 벌이다 발언 시간이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그사이 토론은 후보들 간 정책 경쟁도, 미래 비전 제시도, 이에 대한 현미경 검증도 사라진 ‘3무(無) 싸움’으로 흘렀다. 산발적 정책 공방은 ‘상대 공약은 나쁘다’ 식의 낙인찍기에 그치거나 불리하면 답변을 회피할 때가 많아 후보들 주장이 허위인지 아닌지 토론만 봐선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맹탕 토론은 후보들 수준 탓과 함께 TV 토론 방식 자체의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한된 역할의 사회자는 남은 발언 시간을 알려줄 뿐 진흙탕 싸움을 제지하지 못했다. 비방이 선을 넘으면 사회자가 적극 개입하고 허위 정보를 바로잡는 미국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로부터 미리 받은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배석해 허점을 파고들면 후보들이 낯부끄러워서라도 네거티브 공방으로 자신의 자질 부족을 감추려 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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