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원화 약세…증시 급등에 가려진 금융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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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0 17:29 수정2025.10.10 17:29 지면A25

추석 연휴 직후 개장한 어제 코스피지수가 3600을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일 3500을 넘어선 데 이은 기록 행진이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힘입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한 덕을 크게 봤다.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3%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10%대인 미국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서며 ‘국장 복귀는 지능 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급증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8000억원 이상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최근 석 달 새 12% 늘어 23조5000억원에 이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그제 지적처럼 증시에 급격한 조정이 온다면 빚을 끌어들인 투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환율은 상승)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148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올 7월 1370원대로 하향 안정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세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1420원대까지 다시 치솟았다. 연초 이후 달러 가치가 세계적으로 10%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달러 약세보다 원화 약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엔화 약세는 새 총리 선출 이후 양적완화 재개 전망에 따른 것이어서 구조적 불확실성을 보이는 한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시장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길어지는 와중에 유럽연합(EU)마저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서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기에 취해선 안 된다. 우선은 대미 협상을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조기에 불식하는 게 시급하다. 환율 문제는 국가 대외신인도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론 대외 여건 변화에도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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