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 뉴시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인데도 서한을 받은 14개국 중 1, 2번째 표적이 됐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협상 진척이 없어 타박을 들은 일본은 당초보다 1%포인트 높아진 25% 관세율을 받아 들었다. 4월 초 20% 관세가 예고됐던 유럽연합(EU)이 서신 발송 대상에서 빠진 데에는 10% 관세를 수용하고 협상 중이란 점, EU와 회원국 대다수가 겹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 뜻에 따라 방위비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높이기로 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보낸 서한에서 “귀국이 폐쇄된 무역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관세·비관세 장벽 등을 제거한다면 (관세)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흡족할 만한 제안을 내놔야 관세율을 깎아주겠다는 압박이다. 한국으로선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이미 공개된 것 이상의 협상카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관세 폭탄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 일로다. 미국이 임시로 부과한 10% 관세로 인한 가전의 실적 악화, 반도체 부진 등이 겹쳐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5.9%, 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 매출도 46.6%, 4.4% 줄었다. 모두 시장 예측보다 현저히 낮은 ‘어닝쇼크’ 수준이다.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은 올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엔 ―5.2%로 감소 폭이 커졌다.한미 통상협상에서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은 자동차·반도체·가전·철강 등 대미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을 합리적 수준의 관세율이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수출 한국’의 운명을 가를 3주 동안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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