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 이재민 속타는데…탄핵 선고 핑계로 추경 논의 중단한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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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02 17:49 수정2025.04.02 17:49 지면A31

영남 일대를 덮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주택이 4000채에 이른다. 자녀나 친지 집이 아니라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만 33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체육관이나 학교, 복지관 등에 머물고 있는데 맨바닥에 매트를 깔고 잠을 청하는 실정이다. 전기장판을 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의료와 생활필수품이 긴급 지원되고 있지만 고령층이 대부분인 이재민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듈러 주택과 같은 임시 조립주택을 짓는 것이라고 한다. 일선 시·군청, 읍·면 사무소에선 피해 마을 인근에 임시주택 부지를 마련 중이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건설 주문을 못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중앙정부가 주거 지원을 포함해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론 역부족이다. 농기계 및 농기자재 마련, 농약과 사료 구매, 생활안정자금 등까지 감안하면 2조원도 넉넉하지 않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산불 피해 극복 등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신속 추가경정예산안을 지난달 30일 제시했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 다음 날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했지만 추경과 관련한 심도 있는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예고한 지난 1일 이후엔 아예 여야 회동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4일 선고가 이뤄지면 여야 대립이 격화해 추경 논의가 상당 기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이 정략에만 매달려 피해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꼴이다. 여야는 탄핵 정국과는 별개로 추경 협의체를 즉시 가동해야 한다. 재난 지원을 위해선 신속한 합의가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를 포함한 35조원의 슈퍼 추경을 고집해선 안 되고, 국민의힘도 10조원에서 한발도 못 물러선다고 버텨선 곤란하다. 산불 피해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야말로 지금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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