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전투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타깃이 되어 ‘사전투표 조작설’이 무성하게 쏟아진 가운데 실시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며 ‘주권 침탈 세력과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파면된 뒤 첫 공개 외부 행보도 그런 음모론을 주장하는 다큐 관람이었다. 그런데도 한때 사전투표 폐지를 내걸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조차 음모론에 선을 긋고 사전투표 독려에 나선 것을 보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망동 6개월 만에 실시되는 이번 대선은 훼손된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를 하나씩 회복해 가는 과정의 하나다. 사전투표 등 선거 절차의 정상적 가동 역시 망상에 빠진 지도자가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는 것 못지않게 불신과 의혹의 대상이 된 제도의 안정적 운영은 그 자체로 지난 반년의 혼란과 가치 전도를 떨쳐내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로 우리 민주주의가 온전히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2개월 만에 그 후임자를 찾아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 뿐이다. 조기 대선이 아니었다면 이미 1년 전부터 각 당에서 예비후보들이 나서 경선을 거치는 등 자연스럽게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는 기회를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실시되는 대선인 탓에 정당과 후보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국민 역시 제대로 후보들을 평가하지 못한 채 선택의 시간을 맞았다.그렇다고 새 대통령의 인물됨이 사소한 문제일 수 없다.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해낼 소통과 통합의 지도자여야 한다. 국내적 경제난과 민생고, 대외적 불확실성의 파고를 뚫고 갈 능력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민주주의를 흠집 내며 마치 퇴행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한 요즘이다. 꺾일 뻔한 민주주의를 국민이 지켜냈듯 무너진 국격을 바로 세울 대통령을 뽑아 그 회복력을 세계에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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