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모델 확산시켜 나가야-
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막을 연 민선(民選) 지방자치 시대가 1일로 31년을 맞았지만, 분권과 자치가 깊게 뿌리내렸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미흡하다. 돈과 사람, 일자리와 인프라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는 갈수록 공고화하고 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과 100대 기업 중 79곳이 몰려 있다. 지방은 자치는커녕 이러다 소멸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을 겪고 있다. 전체 세수에서 지방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밑도는 ‘3할 자치’의 현실 속에서 지자체들은 독자 생존을 모색하기보단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경직된 행정구역의 틀에 갇혀 재정 지원이나 인구 유치를 두고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한다.
잘게 쪼개진 행정구역과 낭비성 중복 투자로는 지방 지자체들이 각개격파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메가시티 중심의 행정통합이다. 정부가 국가 균형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5극 3특’ 역시 광역 행정통합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지자체들이 경계를 넘어 유연하게 협력하고 다양한 실험을 모색할 때 지역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제대로 된 자치가 가능해진다.
전남광주통합시는 지방의 자생력을 키워 수도권과 경쟁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통합시의 출범으로 전남광주의 덩치와 지위는 단숨에 커졌다. 인구 317만여 명, 면적 1만2872km²의 거대 경제권이 출현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159조 원으로 경기와 서울에 이은 전국 3위로 껑충 뛰었다. 정부로부터 4년간 20조 원의 재정 지원을 받는 데다, 800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아우르는 미래 첨단산업 기지로의 도약이 가시화하고 있다.전남광주가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다른 지역의 행정통합 논의도 불씨를 살려야 한다. 당초 행정통합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이 충남·대전 통합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고, 전남·광주와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뒤따랐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주도권 싸움과 정치적 셈법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선거 부담을 덜어낸 지금부터라도 소모적인 다툼을 멈추고 진지하게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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