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에 D램 고정거래 가격(대규모 납품가격)을 15~3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5~10% 인상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이 앞다퉈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수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메모리 호황은 적어도 2~3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뿐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까지 AI 인프라 경쟁에 가세하면서 판 자체가 커졌다. 지난해 “겨울이 다가온다”며 업황 부진을 경고한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산업 전망을 ‘매력적’으로 바꿨을 정도다.
4~5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AI 시대가 되면서 ‘K반도체’의 위상이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그 사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칩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가 반도체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업체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700억원)를 투자했다. 그제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139조3500억원)를 집어넣는다고 발표했다. AI 시장 경쟁에서 압도한 여세를 몰아 경쟁사와 거래처의 대주주 자리까지 꿰찬 셈이다.
한국 기업도 방관만 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AI 칩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를 거머쥐었다. 고무적인 성과지만 불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주된 수요처인 엔비디아가 발주 물량을 줄이면 수익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 이번 기회에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AI 반도체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을 대거 확보해야 한다. 다수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슈퍼 갑’인 엔비디아의 행보나 메모리 수요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도 처음엔 작은 게임용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불과했다. 삼성, SK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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