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공황기 악법까지 꺼내든 트럼프… 다시 도는 美 ‘관세시계’

6 hours ago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6년간 잠자던 대공황 시대의 관세법까지 꺼내 이웃 나라 캐나다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4일 만료되는 10%의 ‘글로벌 관세’를 대체할 후속 관세도 준비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잠시 멈췄던 트럼프의 ‘관세 시계’가 11월 미 중간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다시 돌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근거는 대공황 시기 ‘보호무역 악법’으로 불렸던 1930년 관세법 338조다. 이는 수개월의 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바로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역 보복 조치다. 동맹국인 캐나다를 본보기로 주요 교역국에 “다음 차례는 당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농산물 검역과 수입 제한, 디지털 규제 등을 ‘차별적 조치’로 규정하고 관세법 338조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글로벌 관세의 만료를 대비해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른 강제 노동과 과잉 생산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한국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12.5%의 관세를 예고했다. 여기에다 과잉 생산 관세까지 더해지면 지난해 7월 한미 무역 합의를 통해 확보한 15% 상한을 넘는 무역법 301조의 관세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정작 관세 인하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승부수로 미 제조업 부활에 매달리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을 무릅쓰고 미국 내 생산 유도를 위한 관세 카드를 강행할 경우 관세 폭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내 군함 파견 등의 안보 청구서가 동시에 날아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한미 관계다.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대미 투자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 분야 후속 협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한미 동맹의 틈을 키우고 올해 1조 달러 돌파를 기대하고 있는 수출 전선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대미 외교력과 협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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