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올해 27위를 기록해 순위가 지난해보다 7계단 떨어졌다. 작년엔 8계단 오른 20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1년 만에 완전히 까먹었다. 특히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이나 추락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IMD는 전체 국가경쟁력을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데 기업 효율성은 그간 순위를 끌어올리거나 지탱하는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반대였다. 올해 나머지 3개 부문 순위를 보면 경제 성과(16위→11위)와 정부 효율성(39위→31위)은 높아졌고 인프라(11위→21위)는 하락했다.
IMD 경쟁력 순위가 설문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해 결과는 기업 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사업 경쟁력도 약해진 국내 기업인들의 인식을 담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특히 기업 효율성 중 노동시장 부문이 31위에서 53위로 크게 하락한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과도한 정규직 보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노동계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와 정치권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 움직임 등이 작용한 영향일 것이다.
33위에서 45위로 낮아진 생산성과 28위에서 55위로 떨어진 경영 관행 등도 외면해선 안 된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첨단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리고, 인공지능(AI) 시대 대비도 부족하며, 혁신을 이루려는 경영진의 노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여서다. 중국 기업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도 바탕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들이 도입을 반대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고 기업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개혁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