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결정 연기, 멀쩡한 원전 안 쓰는 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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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26 17:22 수정2025.09.26 17:22 지면A23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제 전체회의를 열어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에 대해 ‘수명 연장’을 논의했지만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심사를 다음달 23일로 연기했다. 그동안 계속운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번 결정 보류로 이미 해체가 결정된 1호기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가동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이 다음달 12일 임기 만료를 맞기 때문이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해 2023년 설계수명을 다하고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명 연장을 신청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원안위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1호기는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까지 가동됐는데, 2호기는 자칫 설계수명 40년만 딱 채우고 영구 정지될 처지다. 최대 80년인 원전 수명을 100년까지 늘리겠다는 미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미국은 94기 중 86기가, 유럽은 97기 중 69기가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가동 중인 원전이다. 반면 국내에는 설계수명을 넘겨 계속운전 중인 원전이 단 하나도 없다. 설계수명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멀쩡한 원전을 가동 중단시키고 영구 폐쇄하려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문제는 계속운전 결정을 내려야 할 원전이 고리 2호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등 10기에 달하는 원전이 2030년까지 줄줄이 운영 허가가 만료된다. 이재명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에너지믹스를 천명했지만 사실상 ‘탈원전 시즌2’를 시작한 건 아닌지 원전업계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가 그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정부가 10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인공지능(AI)산업 육성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필수다. 원전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대규모 전력 공백 사태인 ‘블랙아웃’ 발생도 남의 일만이 아닐 수 있다. 어렵게 건설한 원전을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멈춰 세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어리석은 탈원전은 ‘시즌1’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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