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보다 비싸진 산업용 전기… 韓 제조업 뿌리부터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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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비해 훨씬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한국의 제조업과 미래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3조 원의 빚에 짓눌리고 있는 한국전력과 정부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요금만 집중적으로 올린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작년 말 현재 중국, 미국에 비해 각각 47%, 57% 높았다. 고도 성장기에 경쟁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산업을 떠받치던 전기요금이 이젠 가파르게 올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 것이다. 특히 지난 3년 사이 주택용 전기요금이 44% 오르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59%나 상승했다.

문제는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여전히 전력 다소비 업종이란 점이다. 주조, 금형 등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뿌리산업’ 분야 중견·중소기업들은 급등한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공장 문을 닫고 있다. 국내 2위 철근업체 동국제강이 공장 가동을 한 달 멈춘 것도 전기요금이 20% 할증되는 하절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100조 원 투자’를 약속한 인공지능(AI) 산업은 기존 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원가주의’ 원칙을 깬 전기요금 책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고압의 전력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송·배전 비용과 전력 손실이 적어 원가가 주택용에 비해 저렴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가정용은 인상을 억제하고, 산업용만 올리면서 재작년부터 가격이 역전됐다. 반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4배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하고, 독일 정부는 2027년까지 280억 유로(약 43조5000억 원)의 산업전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각국 정부는 싼 산업용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를 풀지 못하면 각 후보들의 대선 공약대로 수백조 원 들여 AI칩을 사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게 된다. 많은 벤처기업, 대학 연구실은 이미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있는 AI 설비마저 놀리고 있다. 다음 주 출범할 새 정부는 산업용 전기를 값싸게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한 실질적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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