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GDP 5%로 국방비 증액 요구…압박으로만 받아들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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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20 17:36 수정2025.06.20 17:36 지면A23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과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른 안보 위협은 동맹국들에 맡기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올해 우리 국방 예산이 61조2469억원으로 GDP 대비 2.32%(추정치)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요구는 분명히 과도하다. 그러나 우리 안보 상황과 주요국의 국방비 증액 추세를 보면 ‘트럼프 청구서’가 아니더라도 국방예산 확대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북한은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핵추진 잠수함, 전차, 드론 등 러시아 도움으로 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대북 핵 불균형을 재래식 무기 우위로 메워왔는데, 이런 강점도 약해질 처지다. 게다가 주한미군 감축설도 나온다.

이란·이스라엘 전쟁과 우크라이나전에서 확인되듯, 대공망과 공군력 등 고가의 첨단무기 확보가 더 절실해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GDP의 5%로 올릴 것이라고 하고,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속속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수십 개 핵무기와 각종 첨단 미사일, 수천 문의 장사정포로 위협하는 북한과 정면으로 마주한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 2.32%가 높다고 할 수 없다.

언제까지 안보를 미군에 의존할 수 없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과 자체 스텔스 전투기 개발, 정찰위성 추가 확보 등을 서둘러야 한다. 함정·전투기 소프트웨어와 레이더 등 첨단 기술 국산화도 시급한 과제다. 국방비 증액을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 잠수함 기술 확보 등 대북 핵 불균형을 개선할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안보 비용 증액 압박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불요불급한 예산 재조정 등을 통해 안보 자강(自强)을 위한 비용을 늘려나가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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